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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내가 초능력을 배울 때
출판사민음사 / 2011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수록.
주인공 '나'는 대학 시절의 실연의 상처를 잊기 위해 영성 체험 수련에 들어간다. 수련 과정은 흡사 최면술을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개념이 실체를 만든다'는 모토 아래 상상력을 발휘하여 눈앞의 현실을 뛰어넘는 훈련을 한다. 이를테면 토사물을 피자라고 생각하고 맛있게 먹는 훈련 같은 것. '나'는 대학 시절 만난 아름다운 S를 떠올린다. 그녀와의 사랑에서 '나'는 개념(말)에 붙어있는 편견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을 하늘의 별처럼, "편견 없이 사물의 본질을 그 자체로 보"는 시(詩)처럼 자신을 보아주길 바랐으나, '나'는 그녀의 심연을 발견했을 때 관습적인 상상력을 버리지 못하고 끝내 그녀를 놓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