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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출판사문학동네 / 2015
한은형 첫 소설집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 수록.
「결혼」에서 대학교 직원 재신은 이 년 전 술자리를 함께한 레즈비언 커플 미연과 이경으로부터 성희롱 피의자로 몰려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처지다. 술김에 어쩌다 이경과 입을 맞추긴 했으나 저 또한 동성연애자였던 그로서는 제 성적 정체성을 밝히면 파면을 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봄볕이 내리는 잔디에 앉아 졸고 있는 기분”(201쪽)을 느끼게 해준 여자 원영과의 결혼을 앞둔 그에게 이 선택은 가능하지 않다. 소설은 파면과 파혼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했던 재신이 파면을 택하며 끝난다. 온갖 고난과 역경에도 끝까지 공주를 지켜낸 왕자.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결혼이라는 해피 엔딩이다.
-황현경 평론 「앞뒤가 똑같은 너구리-한은형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