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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설이 나를 어떻게 흔들었는지를 말하게 될까봐
말할 기회가 영영 없을까봐 초조했다.” _황정은(소설가)
아름답고 광포하고 쓸쓸한 소용돌이로 휘몰아치는
최은미 소설세계의 눈부신 분기점
정제된 문장을 차분히 쌓아올려 단숨에 폭발적인 서사를 만들어내는 작가 최은미가 자신의 작품세계에 눈부신 분기점이 될 세번째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을 선보인다. “이후의 한국문학을 위한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라는 평과 함께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여기 우리 마주」와 젊은작가상 수상과 더불어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발표 당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눈으로 만든 사람」을 비롯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쓰인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번 소설집은,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 『아홉번째 파도』를 통해 끊임없는 문학적 확장을 이루어낸 작가가 마침내 ‘최은미 스타일’이라고 부를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한 결과물이다.
앞선 작품들이 이미 결정된 세계에 놓인 인물을 통해 벗어날 길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억압의 정념을 그려냈다면, 십대 소녀부터 유자녀 기혼 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번 소설집은 우리가 이들에 대해 말할 때 흔히 떠올리는 일반적인 이미지에서 멀리 비켜남으로써 무엇도 고정되지 않았기에 어디로도 갈 수 있는 해방의 파토스를 이끌어낸다. 참고 견디며 인내하던 최은미의 인물들은 이번 소설집에 이르러 터뜨리고 외치며 달려나간다. 하지만 이는 감정을 빠르고 뜨겁게 분출하기보다는 얼음 결정처럼 차갑고 예리하게 깎아나감으로써 마치 한 방울만 떨어뜨리면 금방이라도 흘러넘칠 듯한 컵 속 물처럼 아슬아슬한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어코 한 방울의 물을 떨어뜨려 모든 것을 터뜨릴 때, 최은미 소설의 인장인 서늘한 파괴력이 뿜어져나온다. “일어났다 사라지고, 솟아났다 흩어지고, 눌리고, 찌그러지고, 터져나와 천장에 파편처럼 박혀버린 모든 감정, 말들, 욕과 사랑, 애원과 멸시, 체념, 기대, 자책과 비명”(「보내는 이」, 19쪽)을 끄집어내어 우리 안에서 휘몰아치는 아름답고 광포하고 쓸쓸한 소용돌이를 선명하게 그려내는 것. 『눈으로 만든 사람』은 그 소용돌이에 새겨진 독창적인 무늬로 빛나는, 2020년대 한국문학을 이야기할 때 첫머리에 놓이게 될 작품집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전지적퀴어시점 리뷰 보러가기: 기울어지며 기다리기-최은미, 「보내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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