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가 너의 용기가 될게”
내가 나인 것을 증명하지 않아도 될 때까지
곁에서 기꺼이 함께 흔들리는 시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강혜빈의 첫 시집 『밤의 팔레트』가 출간되었다. “블루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 어떤 시절의 기분과 세계”(박상수)에서 출발한 이 시집은 시인의 삶 전체를 기록한 세심한 수기이자 또렷한 선언 혹은 무수한 고백이다.
『밤의 팔레트』에는 다른 정체성으로 인해 자신의 존재에 이물감을 품어온 한 사람의 혼란과 우울이 담겨 있다. 아프지만 아픔에서 멈추지 않고 슬프지만 슬픔에서 벗어나 끝내 스스로를 사랑하려 애쓰는 강혜빈의 시들은, 살아남은 자의 기록이 되어 ‘나’를 닮은 누군가에게 “울 권리”와 “힘껏 사랑”함을 전해주려 한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커다란 구름을 만들고, 희미한 빛들이 모여 어둠을 밝게 비추듯, 가까이 들여다보면 스펙트럼으로 읽히는 무지갯빛 진심이 당신에게 가닿아 용기가 되길 바란다.
이 세계에 ‘나 혼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우리’가 이렇게 많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소속감과 연결감을 확인할 수 있는 가슴 뛰는 체험. 나는 강혜빈의 첫 시집이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아 서로를 연결하고 용기를 나눠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슬픔과 우울, 자기 정체성의 부인과 인정 사이에서 고투하던 한 인간이 죽음에서 사랑으로 건너오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이력을 시를 통해 기록하고 발산하고 끝까지 ‘파란 피’를 지켜내었다는 것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이 ‘파란 피’는 다른 정체성의 표지이면서, 슬픔의 이름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시를 쓰고 여전히 이곳의 삶을 살아가는 한 예술가의 유일무이한 상징이다. 박상수(시인, 문학평론가)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