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베티
출판사창비 / 2016
<이상한 정열> 수록.
스물아홉 여름에 직장도 애인도 잃게 된 ‘은경’은 갑자기 집을 비워줘야 할 상황까지 맞게 된다. 갈 곳이 없어져, 실내수영장에서 우연히 알게 돼 몇달을 함께 어울렸던 ‘부영’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지만 그곳은 부영의 진짜 집도 아닐뿐더러 그녀에게는 다른 속내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내 밝혀진다. 은경은 자신에게 닥친 이 불운이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다고 말하며 유유히 그 집을 빠져나온다. 은경이 자신에게 닥친 불운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된 연유는 이 소설의 제목이 된 ‘베티’에 숨어 있다. ‘베티’는 은경에게 “힘센 미신”이자 “힘센 슬픔”(119면)이다.
은경은 몸이 서 있는 데서, 몸이 입고 있는 삶을 살았다. 그 이상을 원한 적 없는데도 쉬웠던 적이 한번도 없었으니 올해의 불운이 특별하지는 않았다. 대체로 안 좋은 자리에서 안 좋은 패를 들고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었고, 상황이 악화될 때면 자진해 고개를 수그리고 뒤로 빠지는 역할이 주어졌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용기 내서 솔직해졌을 때는 그게 헤어지게 되는 이유가 됐다.(「베티」 118면)
[출판사서평]
-
408출판사문학과지성사(1994)채호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슬픈 게이』에서 시인은 죽음으로 마감된 한 사람의 중단된 삶을 이어서 대신 살아가는 다른 한 사람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것은 한 몸의 소멸을 넘어 다른 몸으로의 거듭나기라는 테마의 육화인데, 몸을 바꾸어 사라져가는 한…
-
407출판사푸른터(2004)여주인공 '이안'은 '태석'이 운영하는 클럽에서 자살시도를 하고, 금전적 손해배상이라는 명목 하에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 두 사람은 점차 사랑에 빠지지만, 이안에게는 자신을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는 여자 '나희'가 있다.레즈비언이 악녀, 스토커로 묘사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