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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책갈피는 퀴어 문학을 소개하고 퀴어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응원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퀴어문학 리뷰, 세미나, 창작교실, 시상식 등을 진행하였으며 첫 번째 출간 프로젝트로 2017년에 퀴어 에로티카 소설집 <Queerotica>를 발간한 바 있습니다.
두 번째 출간 프로젝트는 바로 퀴어 아포칼립스 소설. 읽고 싶고 쓰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2018년 8월, 퀴어 아포칼립스 소설 창작 모임이 꾸려졌습니다. 그 결과물로 만들어진 <무너진 세계의 우리는>에는 아홉 작가들이 써낸 퀴어 (포스트) 아포칼립스 단편 소설이 실려있습니다.
아포칼립스란?
대규모 전쟁, 대규모 자연 재해, 대규모 전염병 등의 거대한 재해, 혹은 초자연적인 사건으로, 문명과 인류가 멸망하는 모습을 그리는 장르 (Apocalyptic fiction) 혹은 문명이 멸망한 후의 세계를 그리는 장르(Post-apocalyptic fiction)이다. (위키백과 ‘종말물’ 발췌)
네, 종말입니다.
낯선 주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낯선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에게는요.
우리는 우리 바깥에 의해 무엇인가 무너져본 적이 있는 모든 이들. 의식주, 정체감, 사랑하는 사람.... 무엇이든 빼앗기거나 오해받거나 제거당한 적이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나는 여기에 속해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친근감을 느낍니다. 상실감에서 비롯된 사랑이라니 참 이상하지 않나요? 하지만 이 책은 바로 그 감정 때문에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상실과 사랑의 공동체에 함께 서있습니다.
보통의 아포칼립스 서사는 삶과 죽음을 선명하게 나눕니다. 죽지 않으면 살아남는 것이고, 사는 것이 성공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생존만을 축복하기 어려웠습니다. 우리가 죽음에 가까운 삶을 산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특별한 침공 없이도 살아남는 삶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여기에 묶인 아홉 편의 소설은 죽거나 사는 양자택일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일이 일어나든 우리는 살아갑니다. 그러다 죽기도 합니다. 그 정도뿐인 이야기. 이제 아시겠지요. 우리는 가장 낯선 주제를 들고 가장 가까운 이야기를 그려냈습니다.
- <무너진 세계의 우리는> 서문 중에서
텀블벅 페이지(모금 종료): https://tumblbug.com/queerapocaylp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