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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 단편집 <인터내셔널의 밤> 수록.
한솔에게는 “인생에서 무언가 사건이 있었고 그 이후, 이전의 삶을 회복할 수 없”게 되었다. 멀리 일본에 가 있는 친구에게서 청첩장을 받고 갈 수 없을 것 같아 거절하려 하지만, 조금씩 변해갈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지금의 자신과, 이십 년 전 친구의 결혼식에 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중년이 된 자신을 상상하며 결국 참석하기로 마음먹는다. 한 사람이 내리는 하나의 결정에도 이렇게 여러 자신의 모습이 겹쳐져 있다. 한 사람이지만, 십 대의 한솔과 이십 대의 한솔이 겹쳐 있고, 매일매일의 한솔들이 모두 포개져 홍한솔이라는 한 인물이 되었다는 작가의 존재론적 성찰을 따라가는 일은 이 작품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재미이다.
한편 나미는 자신을 보호해준다고 믿던 곳에서 도망쳐 나온 뒤 쫓기는 불안 속에 괴로워하며 그동안 아끼며 보살피던 아이들을 두고 나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 때문에 가슴 아파한다. 커서, 다 자란 후에 다시 만나면 되지 않느냐는 한솔의 질문에 나미는 지금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단언한다. 한 사람을 좋아하고 알아봐주는 일은 여러 모습을 모두 지켜봐주는 일이 아닐까. 여기서 작가의 성찰은 조금 더 깊어진다. 자신을 증명할 수 없는 곳에서 도망치듯 떠나온 두 사람은 여행 중에 그동안 살며 거쳐온 자신의 모습들을 떠올려본다. 또한 지금은 혼자 있지만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 자기를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두터운 존재감을 인식하게 된다. 오는 길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친구의 메시지를 읽으며 한솔이 자신도 모르게 “나는 내가 혼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혼자 서 있을 때가 있지만”이라는 말을 내뱉게 되는 장면에 이르러 독자들은 소설을 따라가며 느끼던 불안감에서 벗어나 안도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yes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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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출판사실천문학사(2006)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치자'와 '오디'라는 아이디로 만나 내면을 교류하는 두 여성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치자'는 요절한 시인 기형도의 기일인 3월 7일, 시인의 시에서 빌린 '내 영혼의 검은 페이지'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만든다. '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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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5출판사창비(2013)ISBN 9788936456504표제작 김려령의 「파란 아이」는 죽은 누나의 그림자 속에서 살고 있는 열네 살 소년의 사연과 소년들의 우정을 애틋하게 그리는 동시에 독자들을 놀라게 할 반전을 선보인다. 두 주인공 소년의 관계를 퀴어적으로 읽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