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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퀴어 프로젝트 4회차 : 창원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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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지개책갈피 작성일 18-03-26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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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비유>와 함께하는

무지개책갈피의 2018년 상반기 프로젝트 <읽는 퀴어>!

 

비수도권 지역에서 5회차 릴레이 퀴어문학 독서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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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 창원의 기록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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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대담의 요약본이 실린 원고는 웹진 비유(view.sfac.or.kr)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읽는 퀴어, 우리는 어디서든 #4

도서: 김혜진 장편 『딸에 대하여』

장소: 창원 마산여성회 마실&상상

주제: 가장 솔직한 독서

참석: 보배, 현민, 은지, 동후, 다솜

 

*첫인상

보배: 오늘 주제가 ‘가장 솔직한 독서’예요. 이런 주제에는 약간의 저의 악의가 담겨 있죠! (웃음) 작년 이 작품이 나왔을 때 신간 리뷰를 썼었는데, 작가분이 그 리뷰를 읽지 않으셨으면 했어요. 이 작품에 대해 호평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도록 진행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간단하게, 짤막한 감상평 나눠봤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제가 이걸 읽기 전에 지인 두 명이 먼저 이 책을 읽고 해준 이야기가 상반적이었어요. 레즈비언이신 한 분은 ‘펑펑 울면서 읽었다. 나의 어머니와의 이야기를 내밀하게 한 것이 감동이었다.’며 눈물의 트윗을 하셨고요. 다른 한 분은 ‘보배님 그 책 리뷰 하실 거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라’, ‘정말 별로’라는 분도 있었어요. 퀴어 독자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어떠셨는지.

현민: 퀴어문학 안에서 퀴어 주체가 아닌 사람이 서술자인 점이 되게 독특했다고 생각해요. 요새 퀴어 베이팅이라고 하잖아요. 퀴어가 아닌 사람들이 퀴어를 창작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폐해 같은 것을 조금 분명하게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보배: 아, 작가가 퀴어가 아니니까 화자도 비퀴어로 놓는 점이.

현민: 네. 그렇다고 저는 생각했어요. 작가님이 커밍아웃을 하지는 않으셨지만.

동후: 저도 읽으면서 눈물이 나는 지점들이 있었는데, 자세히 기억은 잘 안 나고요. 저도 이게 화자가 어머니다 보니까 저도 저의 어머니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됐는데,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 애를 죽이고 싶다.’, ‘때려버리고 싶다.’ 저의 어머니가 이런 생각 하실까 봐.

보배: 커밍아웃 하셨어요?

동후: 부모님한텐 안 했고 누나들한텐 했어요. 할 생각을 하니까 되게 두려워지는 점도 있었어요. 저도 마찬가지로 퀴어 소설이 퀴어 서술자가 아닌 비퀴어, 호모포빅한 인물인 게,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호모포비아에게 이입할 수 있는 기회를.

일동: (웃음)

보배: 이 상냥한 독자를 보라.

다솜: 저도 마찬가지로, 저희 엄마도 이러실 거 같아서. 내가 하게 되면, 내가 커밍아웃을 하게 되면 어머니도 이런 반응이시지 않을까 싶어서. 제가 아무리 똑똑해지고 지위를 얻는다고 해도 그 시선이. 이렇게. 가치관이 세워져 있으면 아무래도 생각을 바꿀 수 있게 만드는 게 힘들잖아요. 그래도 끝에 점점 폭력적인 게 보이지만, 마지막에 계속 싸워야 된다고 하는 게, 끊임없이 싸우고 견뎌야 한다고 하는 게, 그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배: 저는 편견과 투쟁한다는 것으로는 읽히지 않았어요.

다솜: 아 그래요?

보배: 사실, 이렇게 이해할 수 없고, 왜 이해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 영원한 간극이 있잖아요. ‘딸년’들과. ‘그냥 이렇게 살아야 되는구나.’ 약간 체념한 듯한.

다솜: 바뀔 줄 알았는데.

은지: 저는 비록 완독을 하지 못했지만. 제가 부모님한테 한 번 그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어요. 제가 한참 퀴어문학을 친구들과 배울 때, 직접적으로 그냥 여쭤본 적이 있거든요. ‘어떠냐.’, ‘어떠시냐.’, ‘성소수자 분들이 어떠시냐.’ 여쭤봤는데 저는 충격을 받았어요. 부모님들이 그렇게 호모포빅한 발언을 하실 줄은 몰랐거든요. 처음에는 ‘그래도 그들도 사랑을 하는 건데 괜찮지 않으냐.’고 말씀을 하시다가 갑자기 저한테 ‘그래도 너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거기서, 저는 ‘내가 어떤 노력을 해도 부모님이 바뀌지 않겠구나.’라는 걸 느끼고,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솔직히 저는 진짜 참담했던 것 같아요. 성소수자가 겪어야 하는 시선이나 폭력적인 사건들을 호모포빅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거잖아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결말을 읽지는 못했지만 긍정적으로 끝나길 바랐는데. 아닌 것 같아서 한 마디로 참담한 것 같네요. 이런저런 호모포빅한 발언들이 들려오니까. 제 주위에서. ‘더 많이 배워서 많이 쓰고 많이 알려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다솜: 읽는 내내 뚜드려 맞은 기분인데요.

보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햐면 가족이라는 이슈가 퀴어로 살면서….

다솜: 떼놓을 수 없는.

보배: 되게 고통스러운 주제인데. 그걸 어머니 입장에서 쓴 걸 보면 당연히 지금 저희 또래의 퀴어 당사자들은 힘들 수밖에 없는.

동후: 퀴어들이 빨리 독립을 하거나. 가족들이랑 있는 것 자체가 힘드니까. 빨리 나오고 싶어한다거나 그런 경우가 많은데. 그걸 또 여기 화자는 되게 아이가 가출을 했을 때 엄청 ‘힘들어했다.’라거나 ‘살았다고 생각하면 배신감이 들었고 죽었다고 생각하면 참담함이 들었다.’는 구절들로 표현하고 있어요. 저에게 ‘여태껏 가족들을 고려하지 않고 생활하고 있었나?’ 이런 물음을 들게 하는 구절들이었어요.

보배: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을. 리뷰에서 퀴어 당사자에게 추천할 수는 없다고 썼거든요. 이 책이 대중적으로 굉장히 성공을 했어요. 저는 이게 약간 대중포르노 같은 느낌.

모두: 음~ (뭔지 알겠어요.)

보배: 특히 기성세대들이 이걸 읽고 큰 공감을 할 수 있는 지점이 너무 많고 그만큼 퀴어 당사자들에게는 힘들 수밖에 없는 책인 것 같고. 제가 봤을 때는. 왜냐하면 명백하게 무게중심이 어머니 쪽에 쏠려 있는 책이에요. 단순히 화자여서가 아니라, 그냥 작가가 전하고 싶은 어떤 메시지나 그게. 오늘 제가 재독을 하면서 느낀 건, ‘이게 소설이 아니어도 괜찮은 내용이겠다.’ 싶은 게 수필 같은 소설이에요. 사실은. 소설로서의 서사나 주제의식이 있다기보다는 서정적인 울림을 전하기 위한 목적이 전부인 듯한. 작가 분은 중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중년 여성이 커밍아웃한 딸을 집에 들임으로써 느끼는 회한, 감정들을 그냥 수필처럼 쓴 책이에요. 그래서 저는 아쉬운 점이 많았답니다. 그런데 다들 슬프셨던 거죠? 저는 하나도 안 울었거든요. 이걸 보면서. 화만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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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과 여성 서사(?)에 대해

보배: 젠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돼요?

모두: 네.

보배: 제가 젠에 대한 것도 깠거든요. 사실! (웃음) 왜냐하면 거기서도 작가가 노인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이 너무 잘 느껴졌어요. 늙어간다는 걸 그냥 고름과 욕창으로 대표되는. 어떻게든 독자로 하여금 불쾌함을 느끼게 만들려고 애를 쓰는 게 보이니까. 노년기를 그렇게 상상하는 점이 저는 또 불편했어요.

동후: 치매라든가.

보배: 네, 맞아요. 마치 젠에게는 지금 아무것도 남은 게 없고, 또 그걸 젊은 시절의 화려한 업적과 대비시키면서, 어떻게든 연민을 이끌어내려고 하는 과정이라든지.

은지: 젠을 험하게 다루는 부분이 저는 불편했어요. 별로였어요. 젠이라는 캐릭터를 그렇게까지 소비했어야 했나 싶고. 매력적으로 살릴 수 있거나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 그렇게 해버리니까. 어쩔 수 없이 연민이 느껴지고.

다솜: 이용당했어.

동후: 젠이랑 그린이랑 되게 비슷한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게, 젠도 사람을 도우려고 하고, 자기랑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을 위해 싸우다가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삶을 가지고 있는데. 딸을 봤을 때 (딸이 젠과) 똑같이 하고 있는 것 같고, 똑같은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하니까 엄마가 화가 엄청 나 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그린과 젠을 엄청 연결시키려고 한 것 같았어요.

보배: 어쩌면 화자 본인과도 연결하려고 한 것 같았어요. 연결이 되셨나요?

다솜: 연결하려고 하는 부분이 많긴 했는데. ‘그 말을 하는 동안 나는 젠이 아니라 나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니라 딸애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걸로 셋을 같이 연관시킬려고 한 거 같긴 한데.

보배: 전 연결에 실패했거든요.

다솜: 네. 약간 ‘젠 불쌍해’ 이렇게 돼가지고.

보배: 관찰자가 너무 위계가 분명해가지고. 재밌는 건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홍보 문구 중에 그게 있었어요. ‘여성서사’라고. 요즘 페미니즘이 소위 ‘대세’라고 그걸 따른 것 같기도 해요. 사회적인 약자의 입장에 놓인 세 여성 간의 연대 이야기. 이러면서 팔렸었어요. 저는 그런데 이게 여성서사로 느껴지지도 않았어서.

다솜: 계속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는 여성, 어머니와 딸. 계속 여성과 관련시켜서 이야기 하지만.

보배: 만약 그린, 레인이 아들이었으면 달랐을까요? 딱히 레즈비언 커플로서의 특성이 크게 드러난 것 같진 않거든요.

모두: 네.

보배: 그냥 성소수자 자식. 물론 아들과 어머니의 구도는 굉장히 다른 한국적인 이야기가 있지만.

 

*가족과 커밍아웃에 대해

보배: 개인적인 이야기도 해보고 싶네요. 괜찮으시다면. 커밍아웃이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모두: 네.

보배: 저는 커밍아웃을 안 한 상태인데. 저는 워낙 무지개책갈피 일 때문에 책장에 막 꽂혀 있거든요. 숨기질 않아요. 『너는 왜 레즈비언이니?』 하고 꽃혀 있어요.

모두: (웃음)

보배: 어머니가 어느 날 유심히 보셨나 봐요. 퇴근하고 왔는데, ‘성소수자 그런 거니?’ (웃음) 그러면서 물어보시는 거예요. ‘너 왜 이런 책 봐.’ 이러면서 물어보시더라고요. 너무 당황해서, 왜냐하면 그렇게 직접적으로,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어볼 줄 몰라서, 방어적으로 대답을 하려고 했는데, 거짓말하기가 너무 싫은 거예요. 거기서 그냥 ‘아니요!’ 이러면 되는데. ‘아니 뭐 워낙 다양한 책을 봐요. 그 중에 이런 게 있어요. 글 쓸 때 이런 거 많이 써요. 소수자에 대한 글 많이 써요.’라 대답했죠. 그런데 어머니가 ‘네가 아니라는 말을 꼭 듣고 싶다.’는 거예요.

모두: 아이구.

보배: 그 확답을. 그래서 저는 끝까지 버티면서 ‘아니 뭐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이랬거든요. 그때 엄마가 엄청나게 포빅한 발언들을 날것 그대로 저에게 뱉었었어요. ‘더럽다.’, ‘용납할 수 없다.’, ‘너는 아니지?’ 이러면서. ‘그런 비정상적인 삶은….’ 이렇게 하는 거예요. 원래 우리 엄마는 그렇게 나쁜 소리를 하시는 분이 아니라서 저는 놀랐고.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내 자식에 대해서는 그 면이 나오더라고요. 그때 제가 느낀 건, 엄마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그게 정말 무지에서 온다는 걸 통감했어요. 엄마가 무서워한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슬프기는 했는데 그냥 안타까웠고. 앞으로 커밍아웃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원래는 할 생각이 강했었는데. 그 반응을 보고 나선 많이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대부분의 퀴어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커밍아웃을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로 ‘관계단절’ 이런 거 보다는 부모님께 굳이 상처를 드리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랄까. 뭔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차라리 비밀로 하는 게 낫지 않겠냐.’ 그런 마음이 크시더라고요.

현민: 저는 퀴어 영화를 어머니랑 같이 봤었는데. 그걸 보고 엄마가 저한테 뭐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엄마는 그게 퀴어인 줄 몰랐던 거예요. 영화 초반에 둘이서 키스를 하는 장면이 있어요. ‘어머 얘네 장난을 뭐 저렇게 심하게 해!’ 말씀하시다가 쪽쪽거리니까 말씀을 안 하시는 거예요. 끝까지 다 보고 나서 아무 말씀도 안 하셔서 그냥 지나갈 줄 알았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서 제가 먼저 말을 했어요. ‘나는 아직 누구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느낌을 잘 모른다. 여자든 남자든 잘 모르겠다.’이렇게 하니까 엄마가 ‘그래.’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되게 놀랐거든요. 되게 무서워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아무 말도 안 해서. 그래서 ‘이런 경험도 있구나.’ 생각했고. 차차 제가 독립하면 커밍아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배: 커밍아웃으로 안 받아들이신 게 아닐까요? 혹시? ‘내가 누구를 사랑하고 있어.’가 아니라….

현민: 제가 커밍아웃을 한 건 아니고.

보배: 그냥 던져본 거죠.

모두: (웃음)

다솜: 저는 가족이 다섯 명인데 아버지한테는 기대를 안 하고 있어서 떠보지도 않았고 어머니한테는 괜히 많이 던져봤어요. ‘친구가 레즈비언인데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 했더니 ‘지들끼리 잘 만나겠지.’ 이런 식 거예요. 처음에. 그래서 ‘어 뭐지? 내 얘기를 하면 괜찮을까?’ 했어요. 그래서 몇 년 동안 계속 떠봤어요. 작년에 여자 친구가 있어서 한번 떠봤어요. 말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엄마 내가 외계인을 만나면 어떻게 할 거야’ 물어보니, ‘외계인이고 뭐고 다 만나도 되는데 나쁜 사람만 만나지 마라’고 했어요. 너무 감동을 받은 거예요, 갑자기. ‘앗, 해도 될까?’ 싶어서 TV를 괜히, EBS에서 한 거 있었잖아요. <까칠남녀>를 틀어놓고 근처에서 휴대폰 만지작 하면서 엄마가 화장하는 동안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양성애자가 뭐니.’ 이러는 거예요.

모두: (웃음)

다솜: ‘아잇, 남자도 좋아하고 여자고 좋아하는 사람이다’라고 말씀 드렸어요. 관심은 없는 척 하면서 정보들을 그래도 받아들이려고 하시는 게 보여서 마음이 괜찮았고. 언니는 그냥 ‘앗, 니 그런 줄 알았다.’ 그러면서.

모두: (웃음)

다솜: 그냥 그렇게 되고. 남동생한테는 그냥 던졌어요. ‘나 여자 친구 만난다!’ 이러니까 ‘친구지?’ 이러면서 약간 몰랐던 것 같고. 마냥 절망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생각하면 좀 우울하긴 한데,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보배: 되게 현명하신 방법인 것 같아요.

다솜: 외계인 이야기를 하세요! 외계인 이야기를!

보배: 외계인 이야기를 하면 다음엔 ‘외계인보단 낫구나.’, 하는 시선. 파트너가 있을 때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모두: (수긍)

보배: 누나 분들은 어떠셨어요?

동후: 별 반응이 없긴 했는데. 워낙 다 전혀 호모포빅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편하게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다섯 살 때 다른 애들은 건담 가지고 노는데 저는 요술봉 갖고 놀고.

모두: (웃음)

동후: 알 줄 알았는데 전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일부러 책 같은 것을 수동적인 커밍아웃같이 책 같은 것들을 놔둬요.

보배: (웃음)

동후: 좀 보라고.

보배: 누나들?

동후: 아니오. 부모님? 어차피 제 방에 두니까 관심도 없으신 거 같고 모르시는 거 같은데. 그래서 그냥 두죠.

보배: 그러다 나중에 저처럼 갑자기 면담이 시작될 수도.

모두: (웃음)

보배: 정말 상상하지 못하나 봐요. 누나 분들 얘기 들어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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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성에 대해

다솜: 저는 가족들보다 친구나 몇 십 년 동안 알고 있던 사람들한테 더 상처를 많이 받았던 거 같아서. 술마시다가. 저 술만 마시면 커밍아웃을 해서. (웃음)

보배: 술버릇이! (웃음)

모두: (웃음)

다솜: ‘나를 밝혀야겠다.’ 이런.

보배: 주사예요?

다솜: 네. 그렇게 하다 여러 번 했는데. 아홉 살 때부터 교회를 다녀서 제 주변에 교회 애들이 많아요. 고향 친구들은 다 교회 다니는 애들이라서. 수련회 가거나 술자리에서 술 마시다 보면 괜히 그런 얘기들을 꺼내요. 저는 안 꺼내는데. 저를 떠보는 건지 아닌 건지는 모르겠는데. 완전히 포비아적인 발언을 막 하면서. ‘학교에서 발표를 했는데, 동성애자 반대편에 섰었다.’ 이렇게 하면서 그 녹음한 걸 들려주는 거예요! ‘진짜 저렇게 생각하냐.’ 하니까 자기들이 생각하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말하는데. 저는 반박할 거리가 오천만 개는 있었는데, ‘이걸 말했다가는 여기서 싸움밖에는 안 되겠다.’ 해서 포기하고. ‘난 바이섹슈얼이야.’ 하니까 저한테 고백했던 남자애는 ‘어, 누나 성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 이러는 거예요.

은지, 현민: 으...

다솜: ‘이 녀석이 뭐라는 거지?’ 생각하면서 ‘안 되겠다. 나는 그냥 집에 가야겠다.’ 한 두 시간 동안 싸우다가 연을 끊었어요. 그런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가족들보다 친구들한테 더.

보배: 교회 다닌다고 다 그러진 않는데 어떻게 다….

다솜: 그러게요. 구미는 가지 마십시오. 절대.

보배: 지역적인 게 있는 걸까요?

다솜: 언니가 하는 말로는 구미를 ‘박정희 마을’이라고 불러서.

보배: 정말요?

동후: 박정희 마을이 따로 있죠.

다솜: 네. 박정희로(路)도 있고. 저희 집에는 박정희 사진도 있어요.

보배: 정말요?

동후: 그런데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지역별로 조사했을 때 영남, 대구였나 부산이었나.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제일 호의적인 지역이라는 결과가 있었어요.

다솜: 저희 동네는 결핍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 같아서. 괜히 그런 얘기 꺼냈다가는 마을에서 제명당할 수도 있어요.

보배: 사실 지역차라는 건 우리 세대에는 크게 못 느끼는 것 같고요. 그런데 부모님 세대에서는 있기는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아버지가 부산 출신인데 부산에 대한 이미지가 아빠 때문에 굳어진 게 많았던 거 같아요. ‘굉장히 보수적인 동네구나.’라 생각하며 자랐어요. ‘여자는 선생을 해야지’ 이런 소리를 아주 어렸을 때부터 들어가지고.

다솜: 가부장적이구나. 하는.

보배: 맞아요. 그래서 부모님 세대까지는 분명히 있을 것 같고. 비수도권을 돌면서 말씀하신 거는 그거죠. 가치관에 차이가 있다기보다 접근성의 문제는 있다는 거죠. 그래서 퀴어 행사는 얼마나 있는지 여쭤보고 싶었어요.

동후: 접근할 수 있는 문화가 거의 없고요.

보배: 그런데 다니신 지 얼마 안 되신 거죠. 퀴어 행사를.

동후: 작년에 서울에 있는 퀴어 문화 축제를 처음 갔어요.

현민: 저도.

동후: 저는 혼자 돌아다니고, 부스에서 뭐 사고, 퍼레이드 돌고. 혼자 가니까 할 게 없어서.

현민: 저도….

모두: (웃음)

동후: 그래서 이번에는 아마 동아리 이름으로 참여할 수 있으면 부산이나 대구 같은 곳에 갈 거 같아요. 전에는 행사가 거의 없었어요.

보배: 퀴어 단체도 없죠. 동아리는 있고. 대학 이외의 지역, 대학 이외의 공간에서 활동은 없나요.

동후: 제가 알기로는 없어요.

보배: 제가 오전에 오면서 검색을 했는데 없더라고요. 거의 서울에 몰려 있고. 경기에도 없죠? 서울에만 몰려 있는 현실.

동후: 그래서 저는 되게 지방에서 퀴어로 사는 게 상상이 잘 안 되는 거예요. 모든 게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소위 게이 동네라고 하는 것들도 이태원에 있으니까. 상상이 안 가고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편입을 할까 싶기도 했고. 최근에는 그런 집착이 없어졌는데. 퀴어 문화에 있어서 지방 격차가 큰 것 같아요.

보배: 게이 술집은 있나요?

동후: 술집은 있어요. 창원에만 네 개 정도 있어요.

모두: (놀람)

동후: 창원도 엄청 작은 도시는 아니라서. 시단위로 아마 인구가 5위인가? 6위인가? 이정도 돼요.

다솜: 살기 좋은 도시.

동후: 환경 도시.

모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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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분들과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D

읽는 퀴어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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