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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문화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AdFit과 주식회사 카카오의 동성애혐오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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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혜 작성일 16-04-1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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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AdFit과 주식회사 카카오의 동성애혐오를 규탄한다"

 

 지난 3월 31일 <동성애는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카.카.오>라는 제목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인스티즈에 게시됐다. 일종의 제보 역할을 한 이 게시글은 조회수 1만1천을 기록했고, 시대착오적인 주식회사 카카오의 만행이 세상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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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티즈 글 게시자는 자신을 다운로드 수 5만명 이상(구글플레이스토어 기준, 구버전 100만명 이상)의 웹소설 뷰어 어플 '티아이뷰어(TIViewer2)' 사용자라고 밝히며 해당 어플의 황당한 공지사항을 공유했다. 해당 어플이 <BL, GL 분류가 폐쇄됩니다>라는 제목으로 2월2일 '긴급공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해당 어플은 주식회사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AdFit(애드핏, 광고 송출 서비스)에 광고 등록을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AdFit 측은 이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서비스를 제공받고 싶다면 어플에 게시된 "동성애(BL, GL, 동성팬픽) 소설 콘텐츠를 삭제"하라는 것이다. 2월 1일 AdFit 측이 티아이뷰어에 전달한 메일에 따르면, AdFit은 "동성애 관련 컨텐츠가 존재하는 매체는 건전한 청소년 성 의식 발달과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하여 광고 등록이 불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성인 및 부적합 콘텐츠에 속하는" 동성애 소설을 삭제해야만 서비스 제공 승인이 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믿기지 않아 다시 반복한다. ‘청소년의 건전한 성의식 발달’을 위해 동성애 소설을 삭제하라니?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문화 공간에서 이처럼 노골적인 동성애혐오적인 ‘갑질’을 행하는 모양새가 참담하다. 타인의 정체성을 존중할 줄 모르는 자세는 건전한가? '성'이 편견과 배제의 잣대로 작동할 때에 주체적이고 평등한 성의식 발달이 가능한가? 그릇된 것은 동성애 소설이 아니라 시대를 역행하는 AdFit의 행태다. AdFIt의 동성애혐오는 급작스레 덩치 커진 골목대장이 괜히 휘두르고 다니는 주먹질과 같다(실제로 카카오는 최근 대기업 집단에 지정됐다.).

 

 문제는 그 주먹에 성소수자는 물론 웹소설 작가와 독자들까지 얻어맞는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주먹질이 가장 자유로워야 할 창작자와 독자들에게 향할 때야말로 사회의 ‘올바른 가치관’이 무너진다. AdFit의 동성애 콘텐츠 폄하는 웹소설 장르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BL(Boys love), GL(Girls Love)은 단순히 야한 소설이 아니다. BL, GL 장르가 웹소설 분야에서 흥행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은 작품의 선정성이 아니라 BL, GL 특유의 문학적 색채에 있다. 선정적인 섹스 장면이야 이성애물에 차고 넘친다. BL, GL의 인기 작품들에는 복잡다단한 퀴어 정체성과 그로 인한 정서적·물리적 갈등 상황, 인물들의 고민과 선택, 깊이 있는 질문들이 묻어있다. 문체와 작품의 분위기 또한 다양한 결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단순 음란물로 치부해 폐쇄될 공간이 결코 아니다. 또한 성애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 무조건 문제가 되는가? 만약 티아이뷰어가 웹소설이 아닌 순문학 매체로 분류되었다면, AdFit은 같은 선택을 했을까?

 

 어플 티아이뷰어의 운영진에게도 유감을 표한다. 티아이뷰어는 공지사항을 통해 카카오 측(Adfit 측)에 항변했다며 나름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동성애나 성적소수자의 이야기 자체를 제재한다는 것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몇번을 재검토 요청을 하였으나 결국 반려"당했다는 것이다. 운영진은 "국내 모바일광고의 최대 갑인 카카오광고측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폐쇄결정"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광고 수익으로 운영되는 해당 어플의 사정이 짐작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성애 콘텐츠 삭제를 권고(2월 1일) 받고 BL, GL 카테고리 폐쇄 결정을 내리기까지(2월 2일) 고작 단 하루의 시간이 걸렸다는 점에서 해당 운영진의 선택에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문제의식은 귀했으나 고민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 카카오 측에 '몇번을 재검토 요청'하기에 단 하루의 시간이 과연 충분했을까. 모바일광고의 최대 갑이라는 권력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용자들과 소통해보려는 시도 없이 단 하루만에 폐쇄 결정을 내린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퀴어 컨텐츠를 사랑하는 작가들은, 또 독자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사건이 온라인상에서 퍼져나가자 Adfit은 뒤늦게 달라진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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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일 티아이뷰어는 <BL, GL 분류의 재오픈을 검토중입니다>라는 제목의 공지글을 게시했다. 이 글에 따르면 AdFit 운영진은 해당 사건이 온라인에 퍼지기 시작한 3월 31일 티아이뷰어 측에 연락을 취해왔다. AdFit 측은 금번 사건이 내부 정책이 아닌 심사자 개인의 착오였다고 해명했다. 지난 2월 "동성애 콘텐츠가 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츠라는 사유로 심사 반려"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심사자분의 착오로 인해 잘못 처리된 부분"일 뿐 AdFit에는 동성애 콘텐츠 제한 정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dFit 측은 실제로 심사 반려 이후 재심사를 거쳐 해당 어플을 승인한 바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이는 BL 및 GL 게시판이 폐쇄된 지 일주일 후에야 일어난 일이다. 또한 두 달이 흐르도록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다가 온라인상으로 화제가 된 후에야 부랴부랴 사과하는 모습에서는 급한 불만 끄겠다는 태도가 엿보인다.

 

 무지개책갈피는 다양한 창작·독서 활동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고 믿기에, 이번 AdFit 측의 인권탄압적 행태는 물론 앞으로도 이와 같은 행보를 보이는 유통업계와 대형 출판사 등의 만행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이에 AdFit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카카오, 그리고 티아이뷰어에 강력히 요구한다.

 

 1. 성소수자를 폄하하고 퀴어 컨텐츠를 배제하여 물의를 일으킨 AdFit 측은 보다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책임 있는 태도로 공식입장을 표명하라.

 

 2. 티아이뷰어는 BL, GL 분류 재오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여 차기버전에 반영해달라. 또한 재오픈 사실에 대하여 적극 홍보하고 소통의 장을 넓히는데 애써달라.

 

“문학, 그것도 세계 문학에 다가간다는 것은 국가적 허영심, 속물 근성, 강제적인 편협성, 어리석은 교육, 불완전한 운명, 불운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문학은 광활한 현실로, 즉 자유의 공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여권이었습니다. 문학은 자유였습니다. 특히 독서와 내면의 가치가 엄청난 도전을 받고 있는 이 시대에도 문학은 자유입니다.“ - 수전 손택


2016.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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