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어리진 기이함 속의 퀴어 - 박범신, <소소한 풍경> > 전지적 퀴어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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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진 기이함 속의 퀴어 - 박범신, <소소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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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홍 댓글 0건 작성일 16-04-23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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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장편소설 <소소한 풍경> 자음과모음,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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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의 자료실에서?국내 퀴어문학 리스트에 있는 책들을 찾아보니 몇 권 없었다. 소소한 풍경은 그 적은 책들 중 한 권이었다. 사실 국외문학에 비해 국내문학은 작품 내 퀴어서사의 분량이나 비중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추천하기엔 비교적 어려운 바가 없잖아 있다. 그래서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리뷰의 의의로써 '비판적인 퀴어시점'을 토대로 국내 퀴어문학을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소소한 풍경>에서는 보편적인 한국문단 속?기성작가의 손에?쓰여진 '다자연애'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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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로 뜬 데스마스크 보셨어요?" - 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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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부분(프롤로그)은 소설가인 '나'의 시점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갑작스레 걸려온 'ㄱ'의 전화를 받고서, 시멘트로 뜬 데스마스크라는 말에 강하게 이끌려 그녀가 살고 있는 소소(昭昭)로 향한다. ㄱ는?집주인에게 억울하게 내쫓겼던?세입자 'ㄴ'과 조선족 처녀로 위장하여 살고 있던 'ㄷ'과 함께 살다 ㄴ이 죽고난 뒤,?ㄷ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겨진 상태였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데스마스크는 ㄴ의 것이었고, 여기서 '나'는 그들의 관계에 대해 상상해나가며 '플롯 없는 소설 쓰기'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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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끼리만, 너무해요!" - 1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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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는 처음에 ㄴ과 먼저 만나 함께 살았다. 신원도 불분명하고, 서로에 관해 아는 것 하나 없는 남자를 집에 들이고, 함께 덩어리 진다는 -ㄱ는 어떤 형태의?성교를 덩어리 진다고 표현했다- 이야기가 퍽 기묘한 서사이기는 하지만 여기까지는 우리가 찾는 '퀴어'가 없었다. ㄱ와 ㄴ의 잠자리 도중 ㄷ이 다가와 하는 위의 대사가 소소한 풍경 속 '퀴어 서사'의 시발점이었다. 자기들끼리만, 너무해요! 그 짧은 말은 불가능 하다고 생각해왔던 세 사람 간의 어떠한 관계가 뭉클뭉클 형성되는, 태초의 빅뱅 같은 한 마디로 묘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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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우린 독점적 욕망으로 우리를 훼손한 적은 거의 없었다고 여겨요. - 209p

?우리에겐 그 무엇도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덩어리져 있기 때문이다. - 2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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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연애'라는 방식은 신기하다. 어쩌면 생각보다 보편적일 수 있을 수도 있지만, 필자에게는 마냥 생소하게 다가왔다. 마음이 맞는 두 사람이 만나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세 명이서 그 마음이 맞을까, 라는 의문점이 떨어지지 않아서이다. 그들은 서로를 소유하려들지 않고, 삼각형이 아닌 원이 되어 유지되어가는, 어떤 면에서는 불안한 관계 속에서 만족하며?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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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방금 물으셨잖아요. 우리 셋, 무엇으로 맺어졌는가 하고요." "담배 같았단 말이니, 서로에게?" - 2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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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했던 '다자연애'에 대해서 흥미를 갖고 읽으면서도 아쉬웠던 점은 있었다. 우선 ㄱ은 오빠와 부모를 어렸을 때 잃고 결혼에 실패한 여자였고,?ㄴ은 1980년의 광주에서 아버지와 형을 잃고 어머니를 요양소에 둔 채 평생을 떠돌다 자신이 팠던 우물에서 눈을 감았으며, ㄷ은 탈북자 여성으로 국경을 넘다 아버지를 잃고 증오하는 남자와 함께 사는 어머니에게 돈을 부쳐야 하는 상황에서 소소로 향한 것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은, 셋이 온전한 '사랑' 보다는 서로의 어두운 내면, 혹은 그 삶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죽음'에 끌려 덩어리가 되었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다. 따라서 소설을 끝마칠 즈음이면 그들의 사랑과 덩어리지는?행위는 하나의 기행처럼 여겨질 뿐 무언가 강하게 어필되는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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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의 문학적 가치에 대해서는 굳이 코멘트를 달지 않아도 될 만큼 높게 여겨지지만, 퀴어는?글쎄, 라는 말을 하게 된다.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혹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셋의 모습, 서로간에 아무것도 문제시 되지 않는 관계와 동성애를 물흐르듯 묘사한 점은 인상깊었어도 유독 끝에 가서는 그 자연스러웠던 것들이 한없이 정의되어가고, 틀 안에 갇혀가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자연스러움은 전체적인 기이함에 묻혀버린 위화감 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들이 보았던 소소한 풍경은 어떤 풍경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셋은 서로 같은 풍경을 보았을까? ㄴ이 죽던 그 순간의 덩어리진 적막을 떠올리며 리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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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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