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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입맞춤의 이유 ? 정한아, <달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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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빼어날수 댓글 0건 작성일 16-02-1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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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의바다.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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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이는 어릴 때부터 그랬다. 방금 전까지 나와 쓰러질 것처럼 웃어대다가도 다음 순간 창밖을 보며 입을 다물어버리는 것이다. 마치 평생에 걸쳐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그애는 절대로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지닌 아이처럼 체념한 채 살아가다가도 가끔은 의문을 풀고 싶다는 듯 똑바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럴 땐 누구도 그애를 도울 수 없었다. -달의 바다.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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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가 말하는 취준생, 즉 취업 준비생인 주인공 은미는 할머니의 비밀스러운 부탁으로, 단짝 친구 민이와 함께 미항공우주국 NASA의 우주비행사인 고모를 만나러 간다.

?계속해서 기자 시험에 낙방하는 은미와 성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민이. 이 둘은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가 고모를 만나게 되고, 고모가 우주비행사라는 사실이 거짓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진정 행복한 인생이란 실현되지 않는 꿈 앞에서도, 이를 긍정하며 용기 있게 또 다른 선택을 해나가는 것임을 결국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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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아 작가의 소설 달의 바다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작중 은미와 은미의 고모에게 맞추어져 있는 매력적인 포커스. 나는 이것을 민이와 은미 두 사람 사이를 향해 돌려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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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단짝 친구였던 은미와 민이. 다만 민이는 또래 남자아이들과는 다르다. 은미의 엄마는 민이더러 “저애는 뭐가 되려고 저런 계집애 같은 짓만 한다니.”라고 혀를 찬다. 하지만 은미는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과 죽이 잘 맞는 민이가, 자라며 조각 같은 미남으로 자라는 민이가, 소중한 친구 민이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 은미에게 민이는 굉장히 많이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은 뒤에도 자신의 수술 결심을 알리는 둥 자신이 예전부터 해왔던 끊임없는 고민에 대한 스스로의 해답을 서스럼없이 은미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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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민이에게 은미는 말한다. 장난 아니었어?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라고?

?이것을 통해 우리는 은미가 민이를 ‘여성스러운 남자’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이 아닌, 여성스러울 뿐이라고 단정 짓는 것이다. 그런 은미에게 민이는 굉장히 실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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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은미의 고모를 만나기 위해 은미와 민이는 미국으로 가게 된다. 민이에게 있어 미국은 성적 소수자의 종합운동장과 같은 곳이다. 이때까지 해왔던 고민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도 있다. 민이는 굉장히 설레여하고, 은미는 그런 민이를 어중간하게 바라본다_어째서 그렇게 한결같이 비꼬는 거야? 하고 민이는 은미더러 말했다_아직은 그런 그의 모습이 편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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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은미의 시선은 결국 변하게 된다. 남자에게 대시를 받는 민이, 여성스러운 옷을 잔뜩 사고 너무나 행복해하는 민이,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른 민이를 가장 곁에서 바라보고, 무엇보다 남성과의 데이트를 실패하고 확신을 잃은 사람처럼 떠는 민이를 보며_결국 끝까지 좋은 말은 해주지 않았지만_그가 혼자서 수없이 했을 고민들, 그리고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 날 바다의 물살에 휩싸인 채 민이에게 입맞춤을 함으로서 절정을 맞이한다. 그때 왜 그랬어? 라는 민이의 질문에 은미는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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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해보면 알 거라고 생각했어. 네가 여자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 -달의 바다.141p

이제 고민은 그만해. 너는 나보다도 더 여자니까. 완벽하게. -달의 바다.1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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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둘은 민이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며 화해 아닌 화해를 한다. 귀국 후, 민이는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수술을 받는다. 수술을 마친 민이에게 은미는 온갖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민이는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민이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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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민이가 백화점에 가서 옷을 갈아입는 동안 탈의실 밖에서 겉옷을 들고 기다려줄 수 있다. 전화를 걸어와서 울기 시작하면 멈출 때까지 들어줄 수도 있다. 그것이 친구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다. 기다려주는 것. 그날, 민이가 바다 한가운데서 내 입술에 자기의 따뜻하고 보송보송한 입술을 대고 가만히 멈춰 서주었던 것처럼. -달의 바다.1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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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분명한 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은미는 이제 민이의 꿈을 알고 그의 선택, 그 이후의 인생을 꾸밈 없이 긍정함으로써 그의 상처와 행복을 앞으로 함께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은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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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빼어날秀

19살. 나의 문학이 지구의 자화상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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