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 북클럽 1기 5회차 : 김멜라 <제 꿈 꾸세요> > 전지적 퀴어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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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 북클럽 1기 5회차 : 김멜라 <제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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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지개책갈피 댓글 0건 작성일 22-11-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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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하고 헉 소리 나오는 이야기를 싸한 유머가 관통한다. 김멜라 작가의 유머들은 정말 말 그대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다. 친구와 함께 엄마의 동성애인과 다녔던 장소를 찾아가고, 짝사랑했던 여자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스토킹해자취를 따라가고, 호모포빅했던 엄마가 죽고나서 딸의 정체성을 인지하는 동안 소설은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래서 불편한 이야기는 더 불편해진다.


특히 <논리>에서 죽은 영혼이 딸 엘리의 정체성을 납득하는 과정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농담 같은 진담들은 웃음이 나오는 게 당연한 부분인 것 같으면서도 웃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을 자아낸다. 엘리가 레즈비언일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 그러다 끝내 'Learn' 하기로 결심하는 결말. <논리>의 결말은 어쩐지 '나'만의 의지로 마무리되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엘리의 욕망이 반영된 느낌이다. 제일 좋아하는 엄마 옷이 세탁되면 몸에 상처를 내고마는, 엄마를 사랑해마지 않는 엘리가엄마의 결말을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 같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엄마가 '나'와 같이 결론지어지길 욕망하고 있으니까. / 파이퍼



사랑을 이야기 하는 건 언제나 어렵다. 말로 하자니 새삼스럽고, 어딘가에 적어 보자니 너무 흔하게만 느껴진다. 과거에 알고 지낸 사람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말해서 이제는 무얼 들어도 새롭지 않아." 난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 사랑 이야기는 진부하기만 하지.

김멜라 작가의 <제 꿈 꾸세요>는 사랑 이야기에 대한 나의 편견을 딛고 올해 읽은 책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인상깊은 도서가 되었다. 작품 속 등장 인물들은 일상 곳곳에서 사랑을 이야기한다. 연인의 사랑이 복닥복닥 이어지기도 하고, 지나온 사랑을 되짚다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깨닫기도 한다. 사용되지 않는 딜도가 주인공인 <저녁놀>에서는 한 커플의 일상을 딜도의 시선으로 집요하게 좇는다. 눈점이와 먹점이는 싸우고 화해하고, 어지르고 청소하고, 먹고 치운다. 몇 번이나 반복된 일상 곳곳에 그들의 사랑이 녹아 있다. 그리고 나는 몇 번이고 저녁 노을이 밀려들었을 그 집의 구석구석을 생각했다. 사랑은 대단한 사건을 일으키거나 가슴 저미는 신파의 모양만을 하진 않는다. 대부분의 사랑은 그저 누군가를 지켜보고, 내내 생각하고, 스미듯 물들어가는 것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책 속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다정하게 속삭여준다. 사랑은 어떤 순간에 누군가를 떠올리기만 해도 되는 것이라고. 다시금 누군가가 나에게 "사랑 이야기는 너무 많이 쓰였다"라고 이야기한다면, 사랑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알려주어야겠다. / 아영



 『제 꿈 꾸세요』의 처음은 영주의 태몽이다. 마지막은 꿈 속을 찾아가는 ‘나’의 여정이다. 그래서인가 각편들이 꿈 속을 헤엄쳐가는 이야기처럼 여겨졌다. 목적지 모르는 짧은 여행 같기도 했다. 헤엄치던 와중에 가장 좋았던 작품은 「링고링」과 「논리」와 「제 꿈 꾸세요」였다.


「링고링」에서 김영주와 한영주는 기차를 타고 영주에 간다. 영주로의 방문에 동참하는 영주에게 화자가 느끼는 들뜸과 미안함, 고마움에 나 또한 쉽게 동화되었던 거 같다.   「논리」에서는 역시 아픈 말보다는 포옹과 돌봄이 내 마음을 숨김없이 펼쳐서 보게 한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질투와 미움, 증오와 선망, 부끄러움까지도 말이다.  「제 꿈 꾸세요」에서 ‘나’는 챔바와 상상 속을 걷는다. 이야기 속 배경인 눈밭과 시청은 어디에도 없는 느낌을 주지만 그 속에서 화자는 살아 있음의 단서가 되었던 사람들을 찾아서 간다. 만약에 나의 삶을 압축한다면, 가고 싶고 만나고 싶고 놀고 싶어했던 바람만 남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그 마음으로 인해 내가 움직이고 자라고 있는 것 같다.  만약에 『제 꿈 꾸세요』 안에 흐르는 하나의 전망이 있다고 한다면. 죽은 이후에도 다른 세계로의 이행이 지속되리라는 믿음 같았다. 그러한 미래를 함께 상상하고 나니 힘에 부치면서도 다행스러웠다. / 해수



창작욕이 뿜뿜 넘치게 만드는 책이었다. 다양한 소재를 다룬 단편집이어서 그런지 단편 하나를 읽을 때마다 나도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소설은 <나뭇잎이 마르고>였다. 체가 체라고 불리게 된 이유가 그가 피우던 담배곽에 체 게바라가 그려져 있어서였다는 점, 제법 발랄한 체의 성격 등 체의 캐릭터가 눈길을 끌어서였던 것 같다.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체가 앙헬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리고 앙헬이 그것을 거절했을 때 끝이 좋지 않은 로맨스 소설의 한 장면 같아서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 일리구



퀸 매브 (Queen Mab)

사람의 코를 통해 뇌에 들어가서 꿈을 꾸게 한다는 매브 요정. <제 꿈 꾸세요> 소설은 나에게 매브와도 같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우리가 알 수 없는 것, 알 수 있지만 알고자 하지 않는 모든 것까지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기에 그것의 헛됨은 없다. 헛되다고 의심한 생각들에 대해 이 소설은 지지와 토닥임으로 또다시 누군가의 꿈에 닿기를 희망하게 한다. 

<설탕, 더블 더블>에서 ‘나’는 첫사랑을 사랑하지 않는 나를 상상할 수 없으면서도 주고받은 메일 이외의 어떤 것도 함께 나눈 것이 없다. ‘나’의 앞에 나타난 할머니 또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설탕을 생각하며 평생을 살았다. 소설은 ‘나’의 첫사랑과 할머니의 설탕의 실체를 미확인으로 남겨 두었다. 어떤 것은 내 눈앞에 없을 때 실체로써 존재한다. 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그것은 사라지는 존재가 된다. ‘나’의 첫사랑과 할머니의 설탕은 사랑하는 대상을 넘어 그 사랑을 지켜온 삶의 시간이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이 대상과 나의 실체가 하나의 덩어리로 당연하게 뭉쳐진 인생을 새롭게 해체할 수 있을까. 명확한 진실의 실체를 알고 있는 사랑과 삶은 무해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사랑과 삶은 무해할 수 있는지 미확인의 결말에 서서 생각하게 한다. 알 수 없음은 알 수 없음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며 헛되지 않다. 

한동안 <제 꿈 꾸세요>는 매브 요정이 되어 나에게 꿈을 꾸게 할 것이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 하다



사적인 푸념이지만 최근 '나'에 수렴된 소설을 많이 읽어 지쳐 있었다. ‘나’를 세상과 타인을 이해하는 유일한 공식으로 사용하는 글. 이러한 공식으로 문제를 풀이하면 해답은 하나 뿐이고 세상은 정답과 오답으로 나뉜다. 그때 <제 꿈 꾸세요>를 읽고 기대를 뛰어넘는 너른 풍경을 만났다. 다양한 인물들의 각기 다른 사연이 '빈 괄호'를 껴안은 채 꿈처럼 펼쳐진다(「제 꿈 꾸세요」). 불투명한 욕실 창 너머 엄마와 엄마 '친구'의 움직임을 바라보던 기억은 현재의 소중한 관계를 놓지 않게 해주는 연결 고리가 된다(「링고링」). 마냥 낯설과 나와 '다른' 것으로만 느껴지던 말들도 점차 선명해지다가 결국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고(「나뭇잎이 마르고」), 누군가의 '잘 죽어'가겠다는 결심은 어떤 이들의 '수더분하게 살자'는 위압보다 숭고하게 느껴진다(「코끼리코」).

결국 나는 공식보다 상상에 끌리는 사람, 논리보다 기적을 믿는 사람(「논리」). 상상력이 부족하면 괴물이 된다는 문구를 에리카 종과 황정은의 소설에서 읽은 적 있다. 그리고 나에게 퀴어와 상상력은 거의 동의어다. 퀴어함은 곧 상상하는 일이다. 작은 '나' 바깥의 세상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마주하고, 존중하는 일. 그러한 과정. 이 책이 그려내는 너른 풍경 안에서는 퀴어하게 상상하고 상상하며 퀴어해지는 일이 아주 쉽다. / 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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