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 북클럽 1기 1회차 : 한요나 <연한 블루의 해변> > 전지적 퀴어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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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 북클럽 1기 1회차 : 한요나 <연한 블루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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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지개책갈피 댓글 0건 작성일 22-07-2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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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책갈피 산하 독서모임, ‘무책 북클럽’이 결성되었습니다!


북클럽 1기 모임은 최근 6개월 이내 발간된 퀴어문학 작품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신간 모임으로 꾸려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무더운 7월의 초입에 모임 구성원들과 처음 만나 한요나 작가의 시집 <연한 블루의 해변>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작성자: 무지개책갈피 활동가 보배 / 글에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작성자의 미흡함 때문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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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시집을 읽은 첫 감상, 전체적인 느낌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다홍: 시를 쓰고 싶게 만드는 좋은 작품입니다. 특히 ‘나’로 시작해서, ‘우리’로 끝나는 확장성이 좋았어요. 작가님의 진솔한 이야기가 느껴지기 때문에 더 좋았는데, 이전에 학교에서 배우던 시창작론과 달라서 좋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헤집: 처음엔 “무슨 말이지?” 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후반부에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상상하며 읽어서 조금씩 맥락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짧게나마 감상을 정리하자면, 이 작가님이 특히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자유로운 에너지가 있고, 죽음임에도 늪과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죽음 그 너머를 자유롭게 횡단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파이퍼: 문학에서 늘 여성/퀴어 창작자들에게 존재하는 벽을 실감했는데, 지금은 작가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 보다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느껴서 이 시집이 반가웠습니다. 읽으면서 죽음에 대한 키워드를 계속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죽지 않는 게 신기하다’는 문장이 마음에 남았어요. 평소 시집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죽음에 가까운 시가 많다고 느꼈는데, 이 시집은 죽음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화자가 그 속에 잠식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그것을 조명하는 느낌입니다. 해변이 아닌 심해에 있을 때, 아니면 그것과 멀어져 일상에 있을 때 등 다양한 화자의 일생을 보여줍니다. 바다, 오줌 등의 반복적인 이미지를 통해 시인의 내면과 더 가까워질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하다: 쉽게 읽히는 시집이었다면 오히려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잘 이해가 안 되기 때문에 반복해서 읽으면서 새로 발견하는 것들이 있었고, 그 속에 자신이 있어서 깊게 공감도 되고 슬프기도 했어요. 특히 좋았던 점은 색감과 관련된 표현입니다. 물결의 파랑 안에 색깔의 파랑이 섞였을 때, 모든 파랑이 섞였을 때를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방, 집, 베개 등의 시어가 나오는데, ‘베개에서 눈물 좀 흘려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요.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하는 생각으로 약간 자부심(?)도 느꼈습니다. 이렇게 생생하게 감정을 표현한 시는 처음이라고 생각했어요.


일리구: 평소에 시집을 많이 읽지 않아 단순한 감상일지도 모르지만, 읽으면서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시집에서는 이렇게 색깔이 느껴진 적이 없는데, 이 시집은 전체적으로 파란색이 느껴지는 시집이었습니다.


보배: 생존이란 키워드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나와 퀴어 친구들의 삶을 보면 어쩔 수 없이 ‘함께 생존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시집도 객관적으로 읽기보다 내밀하게 읽을 수밖에 없었어요.


해수: 각 부마다 느낌이 달랐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습하면서 서늘한 느낌이랄까요. ‘방’ 등의 시어에서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느낌도 들었고요. 특히 화자가 청소년인 시들에서 여관과 같이 한국적인 공간이 나오고, 시에 나타난 공간들을 오래 생각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부와 4부가 제일 좋았는데, 1부에서 좋아하는 시가 있었는데 4부에서 더 좋아하는 시로 갱신되는 과정이 있었어요. 제 글을 가지고 합평할 때에도 동화나 글에 숨기고 있는 게 많다는 평을 많이 듣는 편이었는데, 이 시집의 화자들은 받아들여지든 그렇지 않든 계속 솔직하게 말하는 화자라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청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에 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바깥과 차단되어 있는 화자, 장애 정체성으로 읽을 수 있는 화자 등 다양한 화자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궁금함과 반가움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특히 좋았던 시를 골라 낭독하고 그 시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파이퍼: 80p 「하이틴 로맨스」 

전체적인 시집에서 죽음이 가까운 화자가 등장한다는 느낌이었는데, 그 죽음이 청소년 시절 때부터 멀리 있지 않았고, 그것을 전제로 한 시라고 생각됐습니다. 그 중 이 시가 가장 좋았던 이유는, 나를 이해하는 친구가 있다면 죽음에 쉬이 뛰어들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느껴졌고, 연대 차원의 시로 읽히기도 하고, 그것에 대한 힘든 심정을 토로하는 것처럼 느껴져서입니다. 너무 힘들 때 친구나 파트너 등 누군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힘들 때가 있는데, 아무도 없었다면 뛰어들 텐데, 라는 생각으로요. 나뿐만 아니라 친구와 그런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 시로 표현된 것이 좋았습니다. 그럼에도 희망의 형태로 마무리하려는 것 같아 시인의 의도가 보였습니다. 각자 갖고 있는 서로 다른 공포가 해결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시였습니다.


일리구: 143p 「오월 강아지」 

처음에는 이 시를 읽다가 어려워서 해설을 먼저 읽고 나서 나머지를 읽었는데, 그 해설을 읽고 나니 “언니는 오른쪽 귓구멍이 더 작네.”라는 대목이 새삼 설레더라고요. 그만큼 나를 관찰하고 알아주는 거니까, 나에게도 그런 파트너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인생의 동반자 같은 연인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화자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고 세세하게 알아주는 인물에 대해 좋다고 느껴졌어요. “베란다에서 뛰어내리지 않는 이유” 또한 인생을 맡긴 것 같아서 좋았던 표현입니다.


하다: 103p 「이명」 

“내가 잘못한 날들이 기어코 돌아왔다”라는 표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저를 힘들게 하는 일이 있을 때, 그 요인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바로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이 화자를 알고 있다면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무수한 고민과 공포가 느껴지는 시였어요. 싫어하는 것, 없애고 싶은 것들이 내 안에 있지만 그것도 나니까. 그런 점이 공감 가고 좋았습니다.


헤집: 27p 「사람 마음」 

“하지만 점점 흐려지는 것은 우리니까 / 조심해요 소멸세계라는 게 있어요”에서 특히 감탄했습니다. 세상에는 죽음을 상상하지 못하거나 상상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당신들이 모르는 소멸 세계가 있다’고 경고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패는 사람”이라는 표현도 절절합니다. 상처를 준 사람들 대신 자꾸만 나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는 것, 그 사실이 너무나 공감 가요.


해수: 85p 「틴에이저리움」

창작자로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현재의 제가 어린이, 청소년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그 시기에 있는 화자나 인물을 쓰거나 그때를 기억할 때 미묘한 불편함을 느끼는 편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그 어려움에 얼마간 도움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목이 참 예뻐요.


보배: 153p 「나이트 오프」 

퀴어문학을 읽다 보면 힘들어질 때가 많습니다. 중요한 얘기, 필요한 얘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적으로는 지치곤 해요. 그렇기에, 그럼에도 희망이나 용기를 주고 싶어 하는 작가님이 있다면 존경하게 됩니다. 이 시가 마지막에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제나 / 가장 불편한 것 앞에서 / 가장 귀여워질 것” 이 문장은 가훈으로 삼아도 될 듯해요.


다홍: 처음에 바다를 두려워하던 화자가 마지막에는 바다를 거닐 수 있다고 말합니다. 화자가 ‘한 발짝 나아간’ 느낌을 주어서, 시집의 마무리로는 정말 좋았습니다.



첫 만남의 어색함도 잠시, 책 이야기에 즐겁게 참여해 주신 북클럽 구성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2회차 모임부터는 각자 작성한 짤막한 리뷰를 모아 공유할 예정입니다. 무책 북클럽의 활동에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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