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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이 아니면 언제 ? ; 안드레 애치먼 『그해, 여름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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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분 댓글 0건 작성일 18-12-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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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손님

안드레 애치먼, 2017, 잔




 루리와 슈코가 거닐던 거리에 눈이 내려앉았다. 이 겨울, 둘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오늘만큼은 이불 속에서 여름을 떠올리려 한다. 이탈리아의 여름에서 엘리오와 올리버를. 그래서 이번 리뷰도 분석적으로 파고들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몇 번인가 그를 흉내 내려고 했다. 하지만 로커룸에서 알몸으로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려고 하다가 자신이 알몸이라는 사실에 혼자 흥분해 버리는 사람처럼 스스로 의식하고 말았다. p27



 엘리오. 솔직하고 대담한 캐릭터는 많다지만 독자의 앞에서도 그럴 수 있나? 엘리오는 그런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올리버와 독자에게 구애한다. 아닌 척 새침하게 눈을 흘기다가 연기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눈물을 삼키며 매달린다. 독자조차 자신의 일부인 양 개의치 않는 모습이 엘리오의 인상이다. 엘리오는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보면 동요되어 종국엔 불편해진다. 꼭 내가 그런 것 같은 기분이 가슴에 선연하게 남아 여운이 된다. 가끔은 너무 날 것이어서 섬뜩해지는 감정들.



 올리버. 그런 감정의 원인인 올리버. 올리버의 시점은 나오지 않기에 엘리오의 감상으로 그를 추측할 수 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만 마음을 내어주지는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계산에서 벗어나게 두지 않는다. 또 엘리오의 말에 의하면 보이기 싫은 부분을 읽는 마술사 같은 사람이다. 그런 것이 엘리오를 받아들이며 예외가 된다. 올리버는 희생하지 않는다. 자신의 성격을 바꾼다거나 한 발짝 물러나지 않는다. 그것이 잔인하고 이기적으로 보일지라도 엘리오가 이해하기를 바랐으리라 생각한다.



“자연은 교활하게도 우리의 가장 약한 부분을 찾아내거든.” p274



 내 삶의 모든 나날 동안. 둘이 사랑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사랑이라고 부르겠지만, 나는 그들이 서로가 되었다고 믿는다. 엘리오가 올리버로, 올리버가 엘리오로. 자신에 대해선 전부 알고 싶듯이 서로를 그렇게 갈망했다. 그래서 엘리오의 마음은 올리버의 마음이기도 하다. 다만 사람은 자신을 망각하며, 그렇게 둘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차이는 약점이 되어 아름다운 이탈리아 풍경에게 들키고 만다.

 올리버는 아무런 결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서로의 감정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언젠가 엘리오에게 말했다. 언젠가 잃어버릴 것이라면 시작도 하지 않겠어, 나는 나를 잘 알아, 내가 나를 모르는 게 싫어. 올리버는 자신이 한 말을 끝까지 지킬 것이다. 엘리오는 자신의 인생에 걸쳐 이루어낼 대상이기에. 엘리오도 이루어낼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너희 두 사람의 우정은 지성하고 아무런 관계가 없어. 그는 좋은 사람이고 너도 좋은 사람이기에 너희 둘이 운 좋게도 서로 만날 수 있었던 거야.” p273






화분

> @datebook__ 

> https://flowerpot.postype.com/

종강했습니다. 리뷰도 끝났네요.

계획했던 것과는 다르게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으로 매듭짓게 되었습니다.

어떤 관계든 삶의 모든 나날을 걸쳐 감정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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