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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이 모여 완성되다 ; 김현 『입술을 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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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분 댓글 0건 작성일 18-10-2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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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 창비 , 2018 


 


 


대학시절

청년노동자

우리들의 하느님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다

p10 「불온서적」


 


 가만히 앉아 표지를 매만지는 것도 사치스러운 시기에 시집을 샀다. 그리고 딱 두 편을 눈에 새겼다. 시인 김현은 모든 것을 여과 없이 담아낸다. 책을 펼치기 전까진 민감했던 모든 주제도 예외는 없다. 때문에 독자는 여유롭게 실소할 만한 틈이 생긴다. 그게 첫 감상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상상 없이는 시를 못 느꼈기에, 단 두 편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그러다 강의 시간에 쫓겨 책을 덮어뒀다. 그다음이 재밌다. 단 두 편으로 나는 온종일 웃었다. 끝을 봐야 하는 책이었다.


 하나같이 ‘나’는 없다. 김현의 시에 ‘나’는 없다. 어떤 것이 다른 어떤 것을 향할 뿐이다. 그것은 눈이 되었다가 얼굴이 되었다가, 입술이 된다. 입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말하고, 느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만물은 적어도 둘 이상의 기능을 한다며, 김현은 발가락 끝부터 일깨운다. 방식이 직설적일 뿐 그가 언급하는 대상은 물 흐르듯 모양을 시시각각 바꾼다.

  


여자와 남자는

가슴 없는 보지와 자지 달린 가슴을 전시한다


자리마다 투쟁이다

투쟁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p132 「가슴에 손을 얹고」 중

  


 종교와 세상에 대해 말하는 것. 김현의 시에는 기도와 전前 대통령이 담긴다. 영혼까지 열어 보여주는 듯한 단어만 족족 골라내어 시를 덧입힌다. 시 속에서 그들은 기도하고, 천사가 되고, 예배당에서 또다시 간절하게 기도를 한다. 전 대통령은, 또 세상은 김현을 부추긴다. 불온서적이란 단어를 입술에 올리게 하고 과거를 현실 위에 떠올린다. 시위자에게 물대포를 쐈던 그 날을 끌어올린다. 그 과거를​1)영혼에 동공을 만들어서까지 바라보게 한다. 세상에게 우리는 과거를 직시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아니 싸워나가는 존재기 때문에 김현은 말한다. 종교에게 성 소수자는 존재하노라고 말한다. 성별을 두고 어떤 모습으로든 이 땅에서 발 딛고 살아가고 있다고. 김현은 고한다.


 


2018년 1월

빛이 있는 곳에서

김현

p211 시인의 말


 


 영혼과 빛. 김현의 시에서 ‘빛’은 그저 시어로 쓰이다가도 말과 위로를 건넨다. 다정하고 따뜻하게 몸을 통과한다. 그것이 참 내가 받은 것도 아닌데 따스하다. 그리고 시인의 말 마지막에 스민 빛은 책의 끝을 알리는 말이 아니었다. 언젠가 빛에 도달한 시인 김현의 곁에 도달하면 이 모든 고통이 매듭지어진다. 종국엔 그렇게 되리라는 김현의 빛 같은 확신이다.


 그리고 김현은 누구에게도 잊힐까 걱정하듯 시 한 편, 한 편 영혼을 언급한다. 그림 하나를 조목조목 뜯어보는데 하필 추상화인 것처럼, 책을 덮기까지 수많은 영혼과 마주해 마음이 고됐다. 하지만 그에 비해 열기는 두 번째로 책을 덮었을 때도 가시질 않았다. 김현에게 영혼을 그러한 것이 아닐까. 괴로워도 결국 마주해야 하는 것. 입술을 열어 꺼내놓아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 이미 빛에 도달해 영혼을 입에 담고, 흘러 흘러 당신도 이 어려운 걸 담아보라고 이끄는 듯한 단어. 우리는 입술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곧 추락할 입술일지라도. 어느 순간 마음을 편해질 테니.


 


-

​1)『입술을 열면』, 「인간」 일부 


화분

> @datebook__

> https://flowerpot.postype.com/

이번 달엔 책을 제작했습니다.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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