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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암 프레슬러,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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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앨리 댓글 0건 작성일 17-05-1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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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퀴어 소설이라고 듣고 읽었다. 하지만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이 책의 어디에도 ‘레즈비언’이라든가 ‘퀴어’ 같은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한 퀴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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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할링카는 보육원에 살고 있다. 할링카의 유일한 희망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로우 이모. 이모가 언젠가 자신을 꺼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매주 이모의 편지를 기다리고 있다. 할링카에게는 이상한 친구가 있다. 보육원에서 제일 예쁜 로즈마리는 평소에는 말을 한 마디도 섞지 않지만 밤만 되면 침대로 찾아와 등을 쓰다듬어 달라고 한다. 로즈마리가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할링카는 그걸 알고 있다. 이 관계는 할링카가 보육원에서 가장 어린 레나테와 친해지며 깨지게 된다. 할링카는 레나테가 자신의 동생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귀여워한다. 어머니 쉼터를 위한 모금에서 얻은 초콜릿을 나누어 주고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며 둘은 더욱 친해진다. 한 번도 싸움을 한 적 없던 할링카는 레나를 위해 엘리자벳에게 주먹을 휘둘러 벌을 받기도 한다. 이야기는 할링카가 레나와 함께 자신이 사랑하는 로우 이모의 집에 가기로 하며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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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을 덮었을 때는 약간 헷갈렸다. 나는 분명 퀴어 소설이라고 들었는데 어디를 봐서? 하지만 곧 깨달았다.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만약 레나와 할링카 중 한 명이 남자였다면 나는 둘은 서로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이게 꼭 사랑인가? 친구끼리는 이럴 수 없어? 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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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링카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특이한 캐릭터였다.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딱히 흥미를 느끼는 일도 없다. 무기력한 것 같지만 실은 일부러 무기력한 모습을 흉내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 할링카는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리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보다 더 적다.”라고 말한다. 사실 이 말은 자신이 직접 말하기에는 굉장히 슬픈 말이다. 하지만 정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말한다. 아마 진짜로 아무렇지 않아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할링카는 이 사실을 크게 신경 쓰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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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결말은 로우 이모가 다시 할링카를 데리고 가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레나와 할링카가 함께 로우 이모의 집으로 가는 것으로 책을 끝냈다. 할링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로우 이모에게 제일 사랑하는 레나를 데리고 가는 것. 아마 이게 할링카에게는 최고의 행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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