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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씨 각본?〉, 정서경/박찬욱 ­― 아가씨, 더 가까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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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긱또 댓글 0건 작성일 16-12-2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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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다양한 색깔과 개성을 가진 여성 중심 영화가 관객들 곁을 찾아왔었다. 그 중 흥행을 비롯하여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화제를 몰고 온 영화는 다름 아닌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였다.


영화 아가씨의 각본집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기뻤다. 나의 각본집 구매는 한참이나 늦었지만, 아마 수많은 팬들이 각본집 출간의 소식을 듣고 같은 심경이었으리라. 영화로만 만나보았던 히데코와 숙희를 각본으로 만나는 경험은 아가씨의 팬으로서?굉장히 고대해왔던 일이었다.


작품 안에서 입체적으로 살아 숨 쉬는 두 여성 캐릭터들의 표현방법을 영화와 각본으로 각각 비교하며 떠올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지문과 대사를 따라 읽어갈 때면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호흡이 떠오르거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가공의 인물들이 툭 툭 튀어오른다. 각본을 읽는 것은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는 것과는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묘미를 가진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각본과 영상화의 차이를 찾아가는 재미가 무척 쏠쏠할 것이다.


군데군데 각본집과 영화화된 시나리오 사이의 차이점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예를 들면 영화에 들어가 있는 숙희의 나레이션이 각본집에는 많이 빠져있다. 짐작하게만 했던 그녀의 심정을 영화는?숙희의 독백을 빌려 직접 심경을 말하게 한 것.?또한 히데코의 나레이션들이 영화와 달리 일본어로 쓰인 것도 두드러지는 차이점이다.

?각본집에 담긴 대사를 읽는 내내 숙희를 연기한 김태리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음성지원 마냥 비워진 여백 사이에 찬찬히 수 놓인다. 히데코 역을 맡은 김민희의 탁월하게 아름다운 일본어 연기도(각본집 안에 쓰여진?말소리로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절로 귓가에 내려앉는다.


“숙희야...내가 걱정돼? 나는 네가 걱정돼.”


제 처지도 딱한데 그 애의 처지에 슬퍼지고 또 딱해지고 끊임없이 걱정하는 히데코. 그리고 숙희. 많은 패러디를 낳기도 한, 아가씨의 캐치프레이즈에 가까운 그 대사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는 원래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남숙희...내 동무.”였던 모양이다. 각본집에서 히데코의 이 나레이션은 물론 전부 일본어로 쓰여 있다. 영화에서 바뀐 나레이션도 좋지만, 히데코의 ‘동무’라는 단어 선택에도 큰 의미가 담겨 있는 걸로 보인다. 사랑하는 이들은 대개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되곤 하지 않나. 게다가 이 두 사람은 서로의 지옥에서 서로의 몸과 영혼을 구해낸 이들이다. 연인이자 동무이면서 그 ‘남자’들의 세계에서 서로의 구원자가 되어 준 이 여성 동지들은 히데코도 이야기한 것처럼 ‘하필이면’ 서로에게 꼭 맞는 답이었다.


두 여자의 사랑은 작품에서 가히 노골적으로 표현된다. 영화 속 섹스 신 같은 경우는 ‘과잉된 장면‘이라는 감상이 불쑥 튀어나올 정도로 보는 이의 모든 감각을 고양시킨다. 대사나 포즈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는 것 또한 장면들을 더듬고 즐기는 과정 가운데 하나였다. 각본집을 읽을 때는 조금 감상이 달랐는데, 영화를 통해 해당 신들을 접했을 때의 고양된 감정들이 좀 더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과잉을 덜고 영상보다 훨씬 느린 호흡으로 천천히 대사와 움직임을 따라갈 때 아마 읽는 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섹스 신을 만들어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의 말에서 밝힌 정서경 각본가의 이야기처럼, “이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면서 성장담이다.” 히데코와 숙희는, 숙희와 히데코는, ‘아가씨’의 세계 속에서 서로의 삶과 사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각자의 과거와 인생을 가지고 각 장면마다 생생히 현재를 살아가며 살아 숨 쉬는 두 캐릭터를 우리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각본집에서는 이 두 캐릭터의 사랑과 성장이 담긴?이야기를?더욱 밀착하여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긱또

Q. 세상의 모든 색깔과 색깔 없음의 존재,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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