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화와 롤모델 - 김한아, <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했다> > 전지적 퀴어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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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화와 롤모델 - 김한아, <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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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홍 댓글 0건 작성일 16-10-22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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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아 단편소설 <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했다>?푸른책들, 2010

제10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열다섯, 비밀의 방> 수록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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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했다>는 주인공인 승찬의 정체화를 다루는 짧은 소설이다. 승찬은 또래 여자아이와의 관계에 관심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고민하다 어느날 누군가 묻어놓은 일기장을 발견한다. 그 일기장은 승찬이 태어난 1995년에 쓰여진 일기로, 연인의 오빠를 사랑하게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쓰여져 있었다. 승찬은 그 일기를 읽고서 자신의 성적 지향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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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서 윤서하를 찬다는 것은 미친 것이거나 남자가 아닌 것 둘 중 하나이다. - 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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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관심을 갖고있는 절세미인 여자아이에게 흥미가 없는 주인공이 정체화를 하는 것은 청소년 퀴어 소설에 흔하게 있는 서사라고 생각한다. 그 여자아이는 하필이면 승찬을 좋아했고, 소설은?승찬이 그녀와의 관계를 끝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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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가 손이라도 잡으려 하면 나 역시 그처럼 몸이 굳는다. 더 심해지면 속까지 메슥거린다. - 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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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승찬은 성적 끌림은 물론이고, 일종의 거부반응을 일으키는듯한 반응을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물음이 생긴다. 게이로 정체화한 사람들은 이성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보편적인걸까? 그리고 지금까지 국내 청소년 퀴어 소설에서 다뤄진 주인공들과 달리 승찬은 작품 내에서 타인에게 성적 호기심이나 여타 호감을 품지 않는다. 이것은 꼭 경험하지 않아도 정체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에이섹슈얼의 존재를 지워버릴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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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생명의 위협 앞에서도 간절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를 원했고 또 철저하게 자신을 감추려 하고 있었다. - 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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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안에서도 퀴어포빅한 현실은?극단적으로 다뤄졌다. 승찬은?자신의 성적 지향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에 악기를 찾으러 낙원 상가로 향하고, 그곳에서 상점 주인의 인터뷰를 보게 된다. 상점 주인은 폭행 사건의 증인으로 인터뷰를 했고, 폭행 사건의 피해자는 동성애자라고 암묵적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여기서 그 피해자는 폭행을 당했음에도 모자이크 뒤에서 자신을 숨기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너무 전형적인 혐오범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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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하게 알았다. 그를 마음에서 지운다는 것은 나에겐 실낙원일 뿐이다.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다. 나는 낙원을 찾을 것이다. - 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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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찬이 발견한 일기의 마지막장에서 남자는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러 떠난다. 그 결과는 암시되는 바가 없지만 승찬은 자신을 게이로 정체화를 마치고 커밍아웃을 한다. 꽤 많은 것이 담겼지만 실제로는 무척 짧은 소설이다. 리뷰의 제목을 '정체화와 롤모델'이라고 적어놓은 필자는 여기서 롤모델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다. 누구나 인생은 처음이기에 누군가를 보며 배운다. 시스헤테로유성애자들은 자신의 부모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직간접적으로 보고 들으며 자신의 인생의 갈피를 잡아간다. 반면 성소수자는 그러기에 힘이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밍아웃을 공적으로 하기에 어려운 환경인?점과,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지우는 일이 많은 사회임을 체감하게 한다. 소설 속 승찬은 타인의 일기를 읽고 자신을 정체화 한다. 우리도 누군가의 발자취를 따라 성장한다. 그 점에서 앞으로 퀴어 사회가 추구해야할 점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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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노력하면, 노력한다면 바뀌지 않을까?" "뭘? 노력하면 너를 좋아할 수 있다는 거임?" - 87-88p

?개인적으로 마지막의?커밍아웃 장면이 필요 이상으로 무겁지 않고 오히려?가벼워서 좋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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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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