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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약속을 기억하니 ― 에이단 체임버스,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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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리 댓글 0건 작성일 16-10-0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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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라는 단어는 마치 첫사랑의 상징이라도 되는 것처럼 많은 퀴어소설(이라고 불리는 것들)에서 서술되어왔다. 필자가 리뷰했던 성석제의 <첫사랑>(http://www.rainbowbookmark.com/xe/review/7289), 무라카미 하루키의 <스푸트니크의 연인>(http://www.rainbowbookmark.com/xe/review/4435)과 같은 책들이 그렇다.

?그러나 이 소설은 어마어마한 임팩트를 주는 것치고는?위의 것들만큼 퀴어니스를 뽐내고 있지?않았다. (오히려 이것을 '청소년 소설'이라고 분류하는 글들을 보면서 오싹했다. 청소년의 필자가 읽었다면 멘탈이 조각조각 박살났을 것 같다.)?그래서?우리가 알고 있던 ‘첫’, 우악스런 애정의 횡포를 맞서 바라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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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나는 그를 사랑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랑이라는 말을 이해하는 만큼은.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알까? 나는 나한테 그런 일이 일어나면 금방 알 줄 알았다.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고 곧바로. 하지만 내가 분명히 알았던 건 만나고 또 만나도 부족하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언제와 그와 함께 있고 싶었다. 그런데 그와 함께 있어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를 보고 싶었고, 만지고 싶었고, 그의 손길을 느끼고 싶었고, 그의 말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와 함께 많은 일을 하고 싶었다. 언제나. 2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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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다. 그것이 어떤 실패이든,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내면의 우리는 무의식적인 노력을 일삼게 된다.

?헨리의 연인이었던 배리는 나를 그저 한시 한때 스쳐가는 인연으로 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헨리의 서술에 따르면 그렇다. 배리는 ‘자유롭고’(멋진 연인을 열망하는 눈먼 심정으로는 자유롭다는 표현만큼 맞아떨어지는 것이 없다), 멋지고, 냉혹하다.

?이 소설이 배리의 관점에서 쓰였다면?배리가 헨리를?사랑하지 않았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은 흔적과 같다. 어떤 자리에 변함없이 누군가를, 혹은 수많은 이들을 초대하여 앉을자리를 마련해준 것과 같다. 짐작컨대 배리에게는 어떠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헨리는 그 흔적을 쫓는 인물이다.

?안타깝게도 ‘흥미’는 추종을 향할 때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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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원한 건 배리가 아니었어. 네가 원한 건 배리라는 관념이야. 왜냐면 배리는 네가 생각한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실제로는 배리도 너만큼 겁이 많았어. 아니면 나만큼.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들만큼. 그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을 뿐이야. 연기를 잘한 거지. 너한테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내가 볼 때 너는 그저 배리의 얼굴과 몸에 반해 놓고, 거기다 네가 원하는 사람의 관념을 뒤집어씌운 거야.” 3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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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 첫 실패는 바로 ‘언제나 그와 함께 있고 싶었’던 행동의 말로이다. 로맨스가 찾아올 때면 우리는 곧잘 정신을 잃는다. 끊임없이 함께이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첫 실패가 끝까지 실패로 남지 않는 것은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득달같은 처음 이후 새 사랑이 시작되면 그제야 내게 남은 흔적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폭발시킬 수는 없고, 모든 것을 집어삼킬 수도 없다는 것을. 사랑이라는 흔적 위에 죽음이라는 짙은 색이 입혀지면 인과는 더욱 선명해진다. 그래서 헨리는?배리의 무덤 위에서 춤추기 위해 그렇게 애를 썼으리라. 이 사랑을 잘 끝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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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중요한 단 한 가지는 우리 모두가 어떻게 해서든 우리 자신의 역사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3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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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7of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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