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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적어 내린 죽음의 목록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열차 안의 낯선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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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리 댓글 0건 작성일 16-08-2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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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어떤 애정은 사람을 죽게 하고, 미치게 만든다. 혹은 어딘가에서는, 역으로 죽음과 광기가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일도 일어난다. 이 같은 복잡한 일들은 손쉽게 인간의 윤리 의식에 도전을 선포한다. 혼재(混在)와 혼돈(混沌)에 함께 들어간 섞일 혼 자는 의식과 의식이 간접하지 못하는 것 사이의 전쟁을 상징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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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에서?내가 들여다보고 싶은 부분은 감정과 감정 간의 연결이다. 늘 내가 그래왔던 것처럼.

?반갑게도 하이스미스는 아주 치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나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주었다. 그 어떤 사건보다도, 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언제나 인물이 느끼는 감정과 그가 하는 생각이었으며 따라서 변덕과 혼란은 더 이상 헤아릴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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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자 한 사람처럼 보이는(지킬 앤 하이드를 연상할 수도 있다) 주인공들, 가이와 브루노는 그들이 번복했던 말처럼 “사람들, 감정들, 모든 것이 이중적이라는 거죠. 개개인의 마음속에 두 사람이 있는 거죠. 보이지 않는 당신의 일부처럼 당신과 정반대인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있고, 숨어서 기다리고 있”(323p)는 이들이었다. 이 소설의 사건인 ‘교차살인’은 이들을 드러내는 가장 효과적인 소재다.

?양극단이라는 단어는 아주 재미있는 단어로, 앞의 인용문을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양극단은 단어 그 자체로 하나를 말한다. 조금 다른 A와 B가 아니고, 1에 2를 더한 3도 아니며, 끝과 끝에 있는 것이다. ‘끝’이 다른 방향으로 두 번 되풀이되면 그것은 양극단이라는 한 단어로 묶인다. 어느 쪽도 ‘시작’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간에게 붙여주기에는 더없이 알맞은 표현이다.

?가이와 브루노는 양극단의 인물들로, 끝과 끝에서 무한히 잡아끌고 당겨지기를 번갈아 해야 할 운명이었다. 그러나 팽팽한 끈이 끊어지면 남은 쪽이 힘없이 튕겨져나가는 것과 같이, 브루노의 (예정된) 죽음이라는 사건은, 양극단으로 존재할 때 온전한 균형을 무너뜨린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은 그 균형이 무너지기까지의 쉴 새 없는 긴장감을 이야기 내내 데려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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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브루노가 수백 년이 지나도 그를 배신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하지만 그가 믿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면, 그는 어떻게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2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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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끝을 팽팽하게 조이는 힘이 스러져갈 때, 둘은 혼합된다. 하이스미스는 경계의 붕괴를 낱낱이 보여준다. 소설의 전개에 따라 가이와 브루노는 서로가 가지고 있던 정반대의 특성을 공통적으로 나타낸다.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모든 이가 그렇듯 양극단의 두 사람에게도 내재된 혹은 억눌린 욕망과 성질이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응시할 때 그것들은 둘 사이를 잇는 하나의 통로로 연결되어 발현된다. 브루노의 폭력적인 충동이 전염되듯 가이에게서 나타난다. 가이의 약혼자인 앤이 가이를 의문스레 여기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흔들림이 많고 내성적인, 얼핏 슬퍼 보이기까지 하는 가이의 모습은 브루노에게로 옮아간다. 두 사람이 이런 방식으로 서로에게 겹쳐들지 않았다면, 아마도 브루노는 ‘죄책감’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투신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을 압박하는 인물-제러드는 죄의식을 이야기하면서 가이를 언급했다. 그러나 실제로 먼저 균열을 일으킨 것은 브루노였다. 결과적으로 가이가 도망치거나 숨기는 것을 포기한 것은 죄책감 때문이지만, 그 죄책감을 ‘다시’ 일깨운 것이 브루노의 투신이었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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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알아낸 무엇으로 가이 헤인스를 잡을 것인지 말해줄 수 있겠나?”

?제러드의 목소리에는 모멸감이 묻어 있었다. “그는 죄의식으로 고통받고 있어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나가버렸다. (3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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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미스는 한 인간이 애정을 가진 다른 인간에게 느끼는 감정들을 포착한다. 아무리 사랑하고 갈구하는 대상이라 해도 우리는 순간순간 미움이나 짜증을 느낄 수 있다.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모순적인 마음을 세세하게 서술하는 작가의 솜씨가 있다면, 독자는 인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하이스미스의 인물들이 사건보다 더 독자적으로 존재하고 주목받는 이유는 이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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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좋은 사람이고 모든 걸 진지하게 받아들이죠. 여자도 힘든 방식으로 대할 것 같은데, 안 그래요?”

“힘든 방식이라면 어떤 거죠?” 가이는 반박했지만 브루노에게 호감이 갔다. 브루노는 가이에 대한 생각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했기 때문이다. (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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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는 브루노에게 모든 걸 털어놓겠다는 생각을 떨쳐냈고, 그럴 뻔했다는 게 창피했다. 사실, 그가 얘기를 하든 말든 브루노는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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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넓게 드리워진 감정선을 우리는 애증이라고 짤막하게 이름붙일 수 있을 것이다. 배덕감이나 환멸, 역겨움 같은 애정의 어두운 면들과 애착, 유대감 같은 증오의 피할 수 없는 속성들이 여과없이 나타나는 집합이 바로 애증이다.

?감정에는 행위가 따르고 소설에서는 그것이 죽음과 살인이라는 극단적 형태로 등장했다. 소설을 읽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거칠지만 명확한 장치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섞인다는 것은 반드시 아름다운 일이 아니며 필연적으로 파멸을 예언하기도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애정은 사람을 죽게 하고 미치게 만든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듯 엉겨든 두 사람의 사랑은 그런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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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는 옛 추억을 떠올리기라도 하듯 천천히 그리고 다정하게 속삭였다. “장담하는데, 날 고발하면 당신은 끝장이에요.” (2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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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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