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옳을 수도, 완벽할 수도 없는 일.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캐롤> > 전지적 퀴어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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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옳을 수도, 완벽할 수도 없는 일.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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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빼어날수 댓글 0건 작성일 16-08-17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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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캐롤.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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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맞닿았다. 테레즈는 상자를 열다가 고개를 들었고, 때마침 여인도 고개를 돌리는 순간 두 시선이 부딪쳤다. 여인은 늘씬한 몸매에 금발이었으며 넉넉한 모피 코트를 걸친 모습이 우아했다. 한 손을 허리에 대고 있어서 모피 코트 앞섶이 벌어졌다. 눈동자는 회색으로 무채색이나 불꽃이 일 듯 강렬했다. -캐롤, 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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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소설의 대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자전적 로맨스 소설 캐롤. 동명의 영화가 제작이 되어 원작소설로 국내에 알려진 책이기도 하다. 무대 디자이너를 꿈꾸는 백화점 판매원 테레즈와 딸의 장난감을 사러 온 캐롤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을 다룬 이 책은 필자에게 최근 화재가 되었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를 떠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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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에 나오는 히데코와 숙희, 캐롤 속 테레즈와 캐롤. 이 두 쌍의 공통점이 바로 ‘정체성의 혼란’을 완전히 배재시킨 사랑을 한다는 것이다. 동성이라는 사회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대상을 사랑하며 많은 동성애자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그녀들은 겪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건너뛴 채 이가 사랑이라고 여지 없이 결정짓기까지 했다. 특히 처음 만나자마자 이가 운명임을 느낀 테레즈와 캐롤의 모습은 그들의 외면과 상관없이_19살 소녀와 딸을 둔 이혼녀_동성간의 사랑 역시 평범한 사랑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비춰주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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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언급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어. 그건 남남, 여여 동성 커플의 관계가 절대적이며 완벽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 -캐롤, 4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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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배경은 1950년대로 동성연애에 대한 사회의 시각이 좋지 않을 때이다. 더군다나 아직 남편과의 이혼소송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던 캐롤에게는 테레즈와의 사랑이 더욱 큰 타격이 될 수 있었고, 결국 그녀는 소중한 딸에 대한 양육권을 빼앗긴다. 둘은 서부로 도망같은 여행을 떠나고, 캐롤의 남편이 그들을 미행하기 위해 보낸 탐정과 다툼을 벌이면서까지 그들의 ‘사랑’을 선포하듯 보여준다. 그 와중에도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지만_그녀들을 이해할 수 없던 사회와 그들의 싸움이라 보아도 무방했다_ 결국 캐롤과 테레즈는 자신들이 바란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된다. 당시 퀴어소설로서는 흔치 않은 행복한 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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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캐롤은 그 누구도 아닌 여전히 캐롤이며, 앞으로도 캐롤일 것이다. 두 사람은 천 개의 도시, 천 개의 집, 천 개의 외국 땅에서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천국이든 지옥이든 같이 갈 것이다. (중략) 순간 캐롤이 손을 번쩍 들더니 힘차게 흔들었다. 테레즈는 캐롤의 저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테레즈는 캐롤을 향해 걸어갔다. -캐롤, 4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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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의미있었던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이다. 소중한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자신의 사랑(테레즈)를 숨기다시피했던 캐롤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테레즈에게 손을 흔든다. 이는 캐롤이 사회, 혹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진정한 사랑을 찾은 것과도 같다. 우리는 과연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당하게 손을 흔들 수 있을까. 꼭 캐롤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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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나의 문학이 지구의 자화상이 될 때까지.
피드백은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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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95123@naver.com?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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