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에 대한 단상 몇 가지 ― 스티븐 크보스키《월플라워》 > 전지적 퀴어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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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에 대한 단상 몇 가지 ― 스티븐 크보스키《월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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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림 댓글 0건 작성일 16-05-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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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_33.png? ?스티븐 크보스키, 권혁 옮김,?<월플라워?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돋을새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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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찰리가 내게 보낸 편지에 그가 등장했을 때 나는 미묘한 흥분에 휩싸였어. “Either you call me Patrick or you call me ‘nothing’” (패트릭이라고 부르지 않을 거라면 아예 부르지도 마.) 낫씽. 재밌는 별명이잖아. 관련된 이야기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야. 별명을 부른다는 건 이름과는 다른, 특정한 의미로 누군가를 상정하는 행위인데, 말하자면 그의 의미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되어버렸어. 패트릭은 그 별명을 꽤나 피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그렇게 되어버렸지. 패트릭의 별명이 내게 어떤 복선처럼 느껴졌다면 조금 뻔한 말처럼 들리려나. 찰리의 목소리로 듣는 패트릭은 계속 자신의 의미를 찾아서 부유하는 종이배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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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트릭에게 비밀을 지켜야하는 것이 슬프지 않느냐고 물었어. 패트릭은 전혀 슬프지 않다고 했어. 적어도 이제는 브래드가?사랑

하기?위해 술에 취하거나 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더군. _P.80

? 키스 외의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어. 키스도 오랫동안 했던 것은 아니었어. 시간이 조금 흐르자, (...) 흐릿하고 초점을 잃었던 패트릭의 눈빛이 사라졌어. 그리고는 울기 시작했어. 그리고 브래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

??난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뒀어. _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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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그리고 난 내 예상이 그리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지. 누구나에게 존재하잖아. 자신의 무능함과 무력함을 확인하는 순간이. 어떤 순간에만 연인에게 사랑을 확인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패트릭은 그에게, 자기 자신에게, 세상에게 자신이 무슨 의미를, 얼마만큼의 무게를 지닌 존재인지 가늠하기 어려웠을 거야. 그리고 자신이 정말 아무런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일 수 도 있다는 두려움이 그를 둘러싸고 있지 않았을까. 언젠가의 너와 나도 그랬던 것처럼.

나는 패트릭을 보면서 이전의 나를 떠올려 보기도 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심지어 내가 누구인가를 그 누구에게조차 말할 수 없었던 때의 시간들. 아마도 난 그때보단 아주 조금 더 행복해진 것 같기도 해. 지금도 온전하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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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같은 친구가 패트릭 옆에 있다는 게 다행이구나 싶기도 했어. 왜 사람들은 위로에 큰 행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우리를 위로하는 건 정말 시시콜콜한 것들이잖아. 언젠가 좋다고 생각했던 노래가 우연히 흘러나오는 순간이나 고급스럽진 않아도 맛있는 음식이나 내 마음을 명쾌하게 표현한 문장 같은. 패트릭의 입맞춤에도 찰리가 담담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제대로 된 위로의 방법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 가끔은 누군가와 맞닿은 채로 서로의 체온을 묵묵하게 또는 격렬하게 나누는 것이 세상 제일 큰 위로가 될 때도 있으니까. 찰리, 그 아이가 이 간단하고도 까다로운 사실을 알고 있는 게 정말 다행이지,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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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패트릭이 록키 호러 픽처쇼 마지막 공연에서 ‘I’m going home’ 넘버를 부르면서 미소를 지었다는 찰리의 말에 나는 살짝 울컥해버렸어. 그런 생각할 때 있잖아. 사람은 왜 꼭 일상과 멀찍이 떨어진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어야만 나를, 세상을, 아니 그 어떤 것이든 바로 볼 수 있는 걸까. 패트릭의 그 마지막 웃음이 그 의문에 대한 대답같이 느껴졌거든.??‘온갖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범벅이 된 나를 마주해야만 내가 진짜 여기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될 테니까’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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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Feel Infinite.”? 덧붙이자면, 찰리가 패트릭, 샘과 함께 느꼈다던 ‘무한한 자유’가 바로 그 순간일 수도. 내가 나를 마주하는, 그런 순간 말이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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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림 (o00itismi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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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젠더 판섹슈얼.

들키고 싶은 비밀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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