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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오 크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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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짠~ 댓글 0건 작성일 16-05-0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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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오 크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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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성을 강요하는 사회에 태어나 정상성을 동경해본 기억이 있다면 토니오 크뢰거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토니오 크뢰거는 한스를 사랑한다. 한스는 어깨가 넓고 하체가 날씬했다. 머리는 찰랑거리는 금발이다. 얼굴은 갈색으로 그을렸고 남국적인 예리한 윤곽을 가지고 있었다. 눈초리는 쏘는 듯이 부리부리했지만 무겁게 느껴지는 눈꺼풀이 눈을 덮고 있어 어둡고도 섬세해 보였다. 한스는 마치 몽상하듯 수줍게 세상을 바라보았다.

?한스는 우등생이었고, 발랄하며 씩씩했다. 한스는 승마를 하고 수영도 하며 체조도 잘했다. 선생들은 모두 한스를 좋아했고 치켜세웠다. 친구들은 한스의 호감을 사려고 안달이었고 거리를 지나갈 때면 많은 사람들이 한스를 붙잡고 안부를 물으며 금발의 머리를 쓰다듬곤 했다.

?토니오는 게으른 학생이었고 선생들은 그를 안좋게 생각했다. 성적은 초라해서 아버지는 토니오에게 화를 내곤 했다. 토니오는 바다에서 요트를 타고 수영을 하기 보단 모래 위에 누워 변화하는 바다의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쪽이었다. 토니오는 마땅치 않은 짓이라고 생각했고, 방종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시를 쓰는 일에서 손을 뗄 수 없었던 소년이었다.

?검은 양말을 신은 날씬한 다리로 탄력있고 절도 있게 걸어오는 한스를 토니오는 길 한복판에서 오래도록 기다렸다. 토니오는 한스를 여러 면에서 자신과는 정반대의, 대립되는 존재로 생각했다. 토니오는 한스를 동경했다. 하지만 한스처럼 되고자 하지는 않았고, 한스가 자기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기를 뼈저리게 바랬다.

?토니오는 실러의 책 <돈 카를로스>를 한스에게 권한다. 한스는 그것보다는 고속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있는 말 그림책을 좋아한다. 토니오는 <돈 카를로스>의 내용을 한스에게 설명한다. 한스는 <돈 카를로스>를 읽어보겠노라고 말하지만 그것보다는 말에 더 관심을 보인다.

?토니오는 앞으로 한 번도 한스를 잊지 않을 것이다. 토니오는 한스에게 인정받고 싶고, 한스에게 박수갈채를 받고 싶다. 토니오는 한스처럼 곧고 즐겁게, 순박하고 올바르고 질서 있게, 신과 사람들 모두에게 인정받고 순진하고 행복한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서 살고 싶다. 하지만 토니오는 인생을 다시 한번 시작한다고 해도 비슷한 길을 가게 될 것을 예감한다. 어떤 종류의 사람들에게는 도대체가 올바른 길이란 것은 없기 때문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길을 헤메기 마련이다.

?한스가 <돈 카를로스>를 읽는 것은 사실 별 상관 없는 일이다. 고독해서 우는 왕 이야기는 한스와 별로 관계 없을 것이다. 토니오는 한편으로는 한스가 <돈 카를로스>를 이해했으면 좋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스가 자신처럼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한스는 지금처럼 그대로 명랑하고 씩씩해야하며 모두에게 사랑받아야 할 것이다. 토니오는 한스를 집 앞까지 바래다 주고 가방을 팔에 끼고 앞마당을 지나 집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을 바라본다.

?토니오는, 누군가를 지독하게 사랑한다는 건 이미 패배당한 것이고, 괴로움을 달게 받아야 하는 일을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고 있다. 한스는 결국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 명랑하고 밝게 살아갈 것이고 토니오는 토니오로 남을 것이다.

?박공 구조의 집들이 늘어선 골목 안으로는 눅눅한 바람이 휘몰아치고 얼음도 눈도 아닌 부드러운 우박 같은 것이 떨어지고 있었다. 겹겹이 쌓인 구름에 가리어 우유처럼 흐린 겨울 해의 지질한 빛이 비좁은 거리를 뒤덮고 있었다. 토니오는 우울한 선망과 동경, 경멸과 행복감이 섞인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길을 홀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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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이 글에 나오는 표현들 중 많은 것은 토마스 만의 표현을 강두식[2004, 문예출판사]이 옮긴 것을 조금 변형해서 재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인용부호가 너무 많으면 가독성을 해칠 것이고 또한 표현들의 순서를 바꾸고 부분적으로 변형했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의 인용도 아닌 것들도 많아서 한 문장 한 문장 일일이 인용부호를 붙이진 않았다. 이 글 전체에 넓은 의미에서의 인용부호를 붙였다. 특히 많이 참조한 부분은 강두식[2004, 문예출판사]의 9p, 11p, 16p, 100p다. 다만 표현들이 제시되는 순서와 내러티브에는 손을 대었다. 일부 내용만을 따서 내러티브 구조를 바꿔 제시한 것은 내가 이 소설을 그런 식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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