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나 사랑스러운 삼각관계 - 송경아,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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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홍 댓글 0건 작성일 16-03-19 21:51본문
송경아 장편소설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 창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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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책 표지에서 강하게 어필하는 것처럼 다시 한 번 말해본다.?이 작품은 퀴어 문학이다.?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었던 책으로, 굳이 리스트에서 찾지 않아도 도서관에서 지나가다 제목을 읽으면 '아 이건 퀴어 문학이겠구나' 하는 작품이었기에 한 번쯤은 읽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되어 두 번째 리뷰인 이번달 리뷰에서도 청소년 소설을 다루고 있는데, 필자도 아직 청소년 대열에 껴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소소히 든다. 간단한 작품 소개를 먼저 해보자면, 고3 성준이가 누나의 대학 선배에게 첫눈에 반한, 하지만 연애라는 주제보다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소소한 성장 소설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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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경험이 없으니까 아직 이성애자인지 아닌지 몰라.'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 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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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리뷰를 장식했던 '줄리엣 클럽' 이야기를 잠시 다시 꺼내 비교해보면, 3년 사이에 국내 청소년 문학에서 '퀴어'라는 개념이?꽤 많이?변한 것 같다고 느껴진다. 이반사냥에 쫓겼던 낭만적인 조연에서, 성장해나가는 현실 속 주연으로. 그저 취향의 하나, 혹은 동정으로 주인공에게 이해받는 존재에 그쳤던 동성애자는 이제 당당한 성장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독백을 풀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작중 호모포비아의 비중도 확 줄어들었을 뿐더러 퀴어에 대한 이해?또한 수준이 높아졌다.?물론 그동안 읽었던 작품의 폭이 좁아 미처 다른 작품을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둘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다르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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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게이, 약한 게이, 이런 개념도 있을 수 있을까? 진성 게이, 가성 게이, 뭐 그런 거. (중략) 혹시 치료가 되는 건 아닐까? 그러면 나도 남들처럼 정상적으로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와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을까??- 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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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성준이가 게이이고, 성준이가 써내려간 독백이 소설로 옮겨졌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정체성 혼란일 것이다. 많은 성소수자가 이성애 중심적인 사회 속에서 살아가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자신의?모습을 마주치는?순간이 있다면, 성준이는 중학생때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생긴 것이 그런 순간이었다. 이때의 독백들은 중학생답게 단순하고 풋풋해 읽고 있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낼 만큼?귀여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씁쓸했고, 커밍아웃도 하지 못하고 혼자 기승전결을 마친 첫사랑을 보고 있노라면 더욱 그랬다. 여담이지만 이 때의 소제목이 '마이 게이 라이프'였다는 점에서?한번 더 웃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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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서 왠지 굉장히 한심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이 스물 될 때까지 여자애들이 관심 두는 종목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누나도, 여자랑 연애할 일도 없으면서 여성지와 패션 잡지를 통해 여자들 심리를 알고 있는 나도. - 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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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이에 초점을 맞추고 읽다가 다시 한 번 읽을 때는 성준이의 누나가 눈에 들어왔다. 인용한 부분처럼 누나는 사람들이 '여성성' 이라고 말하는 것들과 반대로 털털한 말괄량이로 묘사되고 있었다. 그래서 대학에서 만난 선배를 짝사랑 하게 된 누나는 소위 '예쁜 여자'가 되기 위해?남동생에게서 여성성의 상징같이 느껴지는 것들을 배워나간다. 마치 틀에 자신을 맞추듯 지쳐서 반쯤은 강요당하는 모습이 스토리를 따라가다 우연히 등장한 것은 아닌 것 같다.?작중에서 그녀를 짝사랑하는 성준의 친구가 정의롭고 멋진 그녀의 맨얼굴에 반했듯이,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면 누군가가 사랑해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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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에게 품는 감정은 어디서 시작되고, 무얼 먹고 자라나는 걸까. -1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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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흥미진진했기에, 마지막 내용은 더 이상 리뷰에 언급하고 싶지 않아졌다. 전체적으로 풋풋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고, 필자가 마음대로 이 작품에 의의를 쥐어주자면 '청소년 문학 속 퀴어'라는 나무의 나이테 중 하나, 라고 하고 싶다. 점점 성장해 가는 시선에 소설을 읽으면서도 재미와 함께 기쁨을 느꼈다.
(+) 현재 성준이와 같은 고삼 입장에서?덧붙이자면, 저도 주인공이라고 대학 참 쉽게 들어간 것 같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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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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