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 북클럽 2기 5회차: 파랑윤, 〈레생보〉 > 전지적 퀴어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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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 북클럽 2기 5회차: 파랑윤, 〈레생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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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지개책갈 댓글 0건 작성일 23-07-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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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지 않고 모임에 참여해 책에 담긴 까망과 파랑의 이야기보단 모임에서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종종 고단하고 극적인 다른 작품의 퀴어 연애 서사에서 느껴지는 폭력성과는 다르게 알콩달콩한 연애 이야기로 느껴지는 책이어서 좋았다는 이야기에 다들 공감하기도 했다. 관계에 있어서 예민하고 공격성이 있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겪게 되는 폭력이 주변에 빈번하게 있다고 했다. 연약하고 누굴 해칠만큼 힘이 세지 않게 보이는 사람에게는 보호와 연민의 시선을 가지고 무결한 존재로만 보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해자가 있을 수 있음을 이야기해 주었다. 가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나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해주지만 그러한 두려움은 나의 욕구가 무엇인지 필요 이상으로 검열하도록 하거나 관계 자체를 단절하도록 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폭력이라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이 문제를 더 어렵게 하기도 한다. 폭력적인 상황을 서로 겪지 않으면서 살아가기보단 폭력을 겪더라도 지지해주고 필요한 도움이 닿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리뷰가 책과 관련 없는 것 같아 괜찮을지 모르겠다. 이야기 나눌 때 책과 관련이 없지만 하고 싶었던 말들을 나눠주어서 좋았다. 다음은 책 이야기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 무름

 

   책을 읽으면서 엄청 웃었던 것 같다. 일상툰의 향기가 물씬 풍겼는데 그게 많이 좋았다. 평화로운 일상을 생각나게 해줘서 아끼는 초콜릿을 먹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겼던 기억이 난다. 사실상 별로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지만 일상은 소중한 것임을 기억하게 해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따뜻하고 따사로운 이야기였다. 누군가의 일상이야기가 이렇게 다른 사람을 즐겁게 만들고 내 존재가 세상에 있어도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쓴 저자도 알았으면 좋겠다. 나도 언젠가 내 행동이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책이 더 많이 나와 평범한 것이 더 이상은 특별하지 않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흥미롭게 읽었던 것 중 내가 모르는 내용도 다양하게 나왔는데 처음 만난 방식 등이 새로웠고 신기했다. 또한,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주인공들이 서로를 아끼는 게 보여 사랑스러웠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서로를 아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될까? 그랬으면 좋겠다. 모두들 힘내자! / 사과

 

   인스타그램에서 퀴어 일상툰이 연재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도 반가운 작품이다. 퀴어를 주제로 한 콘텐츠는 주로 비참하고 비극적인 프레임 안에 당사자들을 집어넣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레생보〉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유쾌한 이야기라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퀴어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농담들이 나올 때마다 미소를 짓게 되었다. 까망과 파랑이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일상적이기도 하고 정치적이기도 하다. 생활 속에서 자꾸만 마주치는 연인과 나의 퀴어니스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장면들에서는 큰 공감이 되기도 했다. 〈레생보〉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여성 퀴어 이야기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 조소민

 

   가족…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사는 거. 그러다 어린이를 함께 키우게도 되는 거. 그런 생활이 가능할지 가늠하는 건 아주 가끔이다. 어릴 때 유치원 선생님께서 쟤는 엄마랑 아빠가 없잖아. 그러니까 네가 좀 봐줘.” 같은 말을 나를 보며 하신 적 있다. 서로 싸우고 또 자기 삶을 살아내느라 잠시 나를 제쳐 놓았던 생물학적 부모와 내가 어떤 상처를 받을지 미처 계산하지 못한 선생님 같은 사람들을 원망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일에 힘을 쏟는 일을 그만 두려고 애쓰게 되었다. 부모가 나를 낳은 나이가 지나고선 원망보다 두려움에 더 집중하게 되었는데, 나의 책임을 등진 채 나와 함께 생활하는 어린이를 좀 봐줘…의 영역으로 떠미는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도 그러고 있는 중인지 몰라…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레생보〉는 나의 두려움과는 조금 다른 일들에 대해서 상상해볼 수 있도록 해준 책이었다. “술 없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같은 일들.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같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일들. / 신난

 

   퀴어 그래픽노블을 읽기 시작하면서 가장 읽어보고 싶었던 책 중 하나. 여성애자 여성으로서 다른 여성애자 여성들의 일상이 궁금했고, 그 중 연인과 동거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여전히 연재 중이라서 그런지 단행본으로 묶인 이야기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까망과 파랑의 더더욱 행복한 이야기를 확인하기 위해 언젠가 인스타툰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일리구

 

*파랑윤, 『레생보』, 움직씨, 2022, 27. 이하 작품을 인용할 시 괄호 안에 쪽수를 표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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