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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저    자서장원
장    르 단편집
출판사다산책방 / 2021
 ISBN  9791130638362

“삶의 어떤 순간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지나가버린 삶의 여백 근처에 존재하는

이름 붙일 수 없는 날들에 대한 회고


서장원이 그려내는 일상의 풍경은 우리 근처에 있다. 시골에 내려간 중년 부부는 삶을 다시 일구고(「해변의 밤」), 제자의 결혼식에 주례를 서러 가다 늦기도 하며(「주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친구의 어머니를 뵈러 요양원에 가거나(「이 인용 게임」), 아이 갖기를 포기한 부부가 여행을 떠난다(「태풍을 기다리는 저녁」). 그러나 단조로워 보이는 이들의 일상은 조금씩 비틀려 있다. 중년 부부는 아들을 잃었고, 퇴임한 교사는 아내와 이혼하고 딸과도 소원하며, 다정해 보이는 친구는 누군가에게 소중할지 모르는 물건을 함부로 버리는 데다, 자상한 남편은 지나간 외도의 기회를 곱씹는다. 서장원은 이 일그러진 틈새를 차분히 직시한다. 이미 흘러가버린 탓에 변명을 할 여지도, 사과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조각 난 일상을 여러 겹의 감정으로 덧댄 채 덤덤히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파문은 오래 번지며 소설과, 우리를 에워싼 삶의 여백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가장 최근 소설이자 표제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의 화자는 또 다른 도약을 시도한다. 죽은 연인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달라는 레즈비언 친구의 부탁을 받은 소설가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잊고 있던 과거와 재회한다. ‘나’는 동성애에 유한 분위기가 감돌던 여고에서 친구 선유를 마음에 두었던 일을 떠올리며, 견고하게 닫혀 있던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나 앞서 발표된 소설들과 달리 ‘나’는 발굴된 기억을 외면하지 않으며 친구와는 상관없는 자신만의 이야기로 다시 써나간다. 이는 익숙한 곳의 탐색을 끝내고 새로운 지평을 향해 가겠다는 작가의 선전포고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작가 서장원을 오래 지켜봐야 할 이유다.


“나는 네게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낙태 여성과 트랜스젠더…

섞여들지 못하고 흩어진 자들을 응시하는 조용한 시선


서장원의 소설은 다른 방향으로도 확장된다. 구두와 운동화의 중간쯤 되는 못생긴 신발을 신는 이모(「망원」), 성소수자에게 ‘친절한 세계’인 프랑스행을 꿈꾸는 유재(「프랑스 영화처럼」), 대학 친구의 임신중절 수술에 따라 나서는 트랜스 젠더 ‘나’(「해피 투게더」)는 ‘자신’으로 살기를 결심한 시점부터 ‘평범함’으로부터 소외당하는 인물들이다. 다르다는 이유로 남들보다 한 계단 낮은 곳에 위치해야 했던 이들의 표정을 서장원은 세심한 문장으로 매만진다. 그들은 무대 위 주인공들의 “불행을 반가워하며” 존재를 위협당하고 환상통에 시달리지만 내밀한 욕망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예상하다시피 그 욕망은 무참히 좌절된다. 그럼에도 소설은 “네게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대답하며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흩어진 존재를 기억하며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서장원의 소설이 꾸준히 만들어온 이런 태도는 다른 궤도를 도는 생을 조용히 긍정하게 만든다.


[예스24 제공 /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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